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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복현 시인 Oct 16. 2024

이상한 아이


국화빵
 


 
엄마랑 손잡고 시장 구경 갔다가
막 구워낸 뜨끈뜨끈한 국화빵을 사 먹었다
 
나는 손바닥이 뜨거워서
요리조리 굴리면서 식기를 기다리는데
 
엄마는 그사이 호호 불며 맛있다고
급히 먹다가 그만 혀를 데고 말았다.


속에 든 팥이 너무 뜨거웠던 것인데
나는 그걸 알기에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식혀가면서
천천히 맛있게 먹었다.
 
엄마는 혀가 쓰리다고 인상을 쓰면서도

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이 예쁜지
찬찬히 바라보시며 흐뭇해하셨다.                                                   





개구쟁이 콩이
 
 


우리 집 강아지 콩이는

귀찮고 사랑스러운 개구쟁이다.
 
귀찮다고 저리 가라고 손짓해도
화장실까지 쫄랑쫄랑 따라붙고
내 장난감과 연필을 물어뜯어 놓고
심지어는 학교 갈 시간이 다 되어
지각을 할 판인데,

내 양말을 물고 도망을 친다.
 
하지만 나는 콩이가 좋다.
 
콩이는 우리 집 말썽꾸러기
귀찮고도 예쁜 개구쟁이다.




                                                                  


첫눈 오는 날
 



 학교 수업 끝나고 학원으로 가는데

 갑자기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학원 문을 열고 들어서자
 먼저 온 친구들이 깜짝 놀랐다.
 
 워매 좋은 거!
 나는 눈을 흠뻑 맞았음에도
 웬일로 기분이 좋아서 활짝 웃었다.
 
 아이들은 나를 보고 일제히
 "훈이 너, 무슨 좋은 일 있어?" 하는 거였다.
 
 “그래, 이렇게 첫눈이 펑펑 쏟아지는데

안 좋을 수 있니?”
 
 친구들이 까르르까르르  따라 웃었다.   






용돈
 



새 학기를 시작하면서 반장선거를 하였는데
내가 뽑혔다

부담도 조금 되지만 기분이 좋아서
나를 적극 밀어준 춘식이와
몇몇 친구들을 데리고 편의점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나누어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들과

동네 구멍가게서 뽑기를 하느라

남은 용돈을 다 날렸다.
 
엄마가 용돈을 주면서 제발 아껴 쓰라고

늘 말씀하셨는데 걱정이 된다.
 
하지만 엄마도 오늘만은 이해하시겠지
내가 반장이 되었다고 말하면 오히려

기뻐하실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안심이 된다.
                          





이상한 아이
 
 


토요일 오후
동네 아이들이 여럿 모여 술래잡기를 하는데  

잘 모르는 한 아이가 술래가 되었다.      

다른 아이들이 모두 숨으려고 흩어지고

나도 급히 숨으려고 달아나는데
웬일로 술래 아이가 졸래졸래 따라오는 것이었다,
 

나는 술래에게 눈을 감고 기다려야지

왜 졸졸 따라오는 거냐고 했더니 기분이 상한 듯

술래를 그만두고 집으로 가버렸다.


나는 기가 막혀 혼자서 중얼거렸다.
“참 이상한 아이도 다 있네”


        




고드름 가족
 



시골집 추녀 끝에 유리막대 같은 고드름이
줄을 지어 주렁주렁 달려 있다.
 
햇살 환하고 하늘도 푸르러 무척 기분 좋은 날인데
웬일로 고드름은 하나같이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다.
 
아마도 고드름 가족에게
우리가 모르는, 무슨
슬픈 일이 있나 보다.                                                                                






나이
 



새 학기가 시작되고
쉬는 시간에
우리 반 친구들에게 퀴즈를 냈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게
뭐 게?”
 
친구들은 한결같이 어리둥절하여 눈치만 보는데
그중에 동혁이가
“나이지 뭐야, 그것도 모를 줄 알고?”
 
조용하던 친구들이 그때서야
아- 하며 깔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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