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월 Nov 26. 2021

신희와 용철의 <소박한 영화감상문> 프롤로그

시작하며


[신희]


  글을 쓰고 싶었다, 유구하게. 글 칭찬을 받을 때의 기쁨은 대체불가능한 것이었고, 글보다 그럴싸하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직업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당연히 글 쓰는 사람으로 살거라고 생각해왔다.


  그런 것 치고 "그럼 넌 뭘 써?" 라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소설을 고등학교 때 한 편, 대학교 와서 한 편 쓰고, '엔딩크레딧'이라는 독립영화잡지에서 2년 동안 네 권의 잡지에 글을 썼고, 얼마 전 일기를 매일 연재하기 시작한 정도일까. 완성된 긴 글을 정기적으로 쓰고 싶었다. 나는 대체 무슨 글을 써야 할지, 지면은 어떻게 만들지 고민이 됐다.


  영화 글을 쓰게 되리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스물 한 살에 친구 따라 독립영화잡지 동아리에 들어갔다. 그건 어쩌면 내 대학생활 최대 행운이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 같다. 한 학기에 한 편씩, 2년 동안 개인기사 네 편을 썼다. 영화 리뷰 혹은 에세이에 가까운 형식의 글이었다.


  영화에 대해 글을 쓴다면 당연히 영화평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를 가지고 글을 쓰는 게 종종 망설여졌다. 영화평론을 생각하면 글 한 줄 써보기도 전에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서사비평이 되지 않도록 공부하는 동시에 서사를 깊이있게 분석할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할 것 같았다. 뭘 써도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그런 생각을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다.


  꾸준함은 아주 많은 것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그래서 꾸준히 쓰기로 했다. 글의 완성도나 장르에 대한 고민, 과연 글을 써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걱정 같은 것들을 잠깐 접어두고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매 주 토요일, 영화에 관한 에세이를 한 편씩 써서 올리려고 한다.


 


 


[용철]


  글을 쓰는 일을 하게 될 거라고도 생각 못 했고,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할 거라고도 생각 못 했다. 그냥 영화는 좋아하는 것이었다. 보통의 남들보다 조금 더 열렬히 좋아했고, 무슨 이유에선지 몰라도 영화와는 하등 관련 없는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고도 여전히 영화를 놓지 못했다. 그렇게 영화를 붙잡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생각하면서 혼자 영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작은 독립 영화 잡지에 들어가 함께 글을 쓰고, 그렇게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꾸준히 글을 쓰겠다고 생각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마감이 필요했다. 어쨌거나 글을 완성해서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시간. 그게 없으면 글을 완성하기를 미루거나 멀찌감치 치워놓게 됐다. 그래서 마감을 만들기로 했다. 나와의 약속은 너무 어기기 쉬운 일이니까, 함께 잡지에서 글을 쓰던 친구와 함께. 다른 종류의 글을 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영화 글을 쓰는 일이 내가 그나마 가장 잘하는 일이니까.


    그래서 쓰려고 한다, 영화 글. 마감을 토요일로 정해놓고, 꾸준히 써보려고 한다. 영화 글을 꾸준히 써 어딘가에 게재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과거의 나처럼, 지금의 나는 그렇게 글을 써서 미래의 내가 무엇이 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쓰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이니까.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으니까.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가 닿았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해서 이 쓸모없는 일의 쓸모를 증명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품고, 느리지만 꾸준한 걸음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