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은 정말 지긋지긋하다)
생의 곳곳에, 이해할 수 없는 상실이 있다. 혹은 어쩌면, 이해하고 싶지 않은 쪽일지도. 그래서 사람들이 최은영을 사랑하는 것 같다고 오래 생각했다. 이해할 수 없었던 어떤 상실에 대한 질기고 지독한 복기가, 그들 마음 속에 풀리지 않던 미스터리를 건드려서. 함께 웃고 먹고 대화하던 그 순간들은 분명 진짜였던 것 같은데, 그 진심들이 어째서 겉잡을 수 없이 손아귀를 빠져나갔는지 알고 싶어서. 영원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그런 방식으로 삶에서 사라져버릴 줄은 몰랐어서. 성적표의 김민영도 이니셰린의 밴시도 그래서 슬펐다. 슬퍼서 좋았다. 남겨진 자리에서의 슬픔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 같아서 좋았다.
인과관계의 '인'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 빈 괄호를 강박적으로 완결짓지 않고 공백으로 남겨두는 마음,을 김멜라의 제 꿈 꾸세요와 전승민의 해설을 읽으면서 발견했다. 이해되지 않아서 계속 고민하게 되고 그래봤자 답은 나오지 않아서 갑갑해지기만 하는 그 '인'을 이제 놓아줄 수 있을까. 한때 소중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망가져버린 것들로 계속해서 되돌아가며 해답을 갈구할 게 아니라, 그냥 "아무래도 모르겠네"하고 그것들을 산뜻하게 마음에서 내쫓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조금씩 더 괜찮을 것 같다.
이제 해답이 없어도 괜찮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