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지리멸렬함,
동네 카페에서 디카페인 라떼를 마시며
타고난 좁은 시야 속에 갇혀서,
그럼에도 남들보다 삶을 잘 이해한다고
마치 어항 속의 물고기가 세상을 살피듯
친구에게 이야기하던
나는 꺼내는 말을 잊고
카페 통유리 너머 어둠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러면 나의 딱히 자랑할 구석 없는
스러진 최근의 시기가 여느 시절과
다름없이 시들어갈 것임을 알게 된다
사람들의 내면은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 깊은 잠에 빠진
외로운 석고상을 닮아 있다
모든 사람의 꿈, 이상 혹은 사랑이
같은 형태와 형식과 배경과 동기를 지닌 것은 아니지만
다들 곧잘 부주의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꿈, 믿음 혹은 사랑은
유일하고 영원하다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가
- 그 오류가 얼마나 매혹적이고 강력한지
그래서 으레 일정 거리 이상 타인과
가까워질 수 없는 가슴 아픈 곤경을
기꺼이 자처하면서
때문에 사람들은 내면에
하나씩 무너져가는 외로운 석고상을 품고 있다
그와 같은 삶 속에서 마치 오해와 착각만이
낯선 이와 함께 보내는 행복을,
한 때를 허락할 뿐이라면
어디에서 희망은 죽고
현실은 시작되는가?
그건 내가 측량하기 어려운,
반짝이는 밤하늘 아래
잠 기운에 빠진 별들도
답을 주지 않는 수수께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