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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딛지 않은 걸음

by 한진수 Poesy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삶이 뒤로 밀려 나가는

다들 한 번쯤 겪어 봤을

그런 우울을 지나쳐

지나온 삶을 관성의 힘으로 이어가는

승자 없는 대결

배송되는 어떤 새로운 소포도 없는 침묵

철 지난 유행가가 흐르는 오래된 상점 거리

삶은 마치 남겨진 숙제를 처리하듯 이어지고


결국 모든 사람의 삶에

혼자서, 자신의 힘만으로

가로막는 장애물을 이겨내며

살아가야 하는 순간이 온다


이야기해보자


희망없이 희망하며

약속 없이 지나쳐 온

가보지 않은 골목

익숙한 풍경 너머에 대하여

그곳에 내딛지 않은 걸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미움도 원망도 질투도 없이

다만 매 걸음마다

삶의 행복에 대한 확신과 예감만이

재확인될 날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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