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걸어 다니는 겨울
황량한 위선이자 자기기만 끝에
낙엽을 털어낸
앙상한 나뭇가지다
겨울밤에 꾼 꿈에서
그녀는 말했다
자기는 벚꽃 핀 화창한 봄날에 태어나
봄이 좋다고
세상의 봄은 그녀로부터
출발한다고 여겨진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어디에 있는가
사랑은 두 사람의 버블이 마주쳐
그간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해 왔던 너머에서
다가온 또 다른 사람의 버블에 닿는 것
버블은 하나의 더 큰 버블로 이어질 수도
하나의 버블 또는 두 버블이 모두 터지며
밀려 들어오는 물을 마주할 수도 있다
나는 위선의 나무
나는 걸어 다니는 겨울
모든 것에는 첫 시작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봄의 경우에는
그녀의 마음속에서 출발하여
어딘가로 어딘가로
영원히 이어진다
그녀는 봄에 태어나 봄이 좋은가
봄이 좋아 봄에 태어났는가
나는 궁금하다
나는 겨울에 태어나 겨울이 좋은가
아니면 겨울이 좋아 겨울에 태어났는가
우리는 운명 속에 태어났는가
우리는 서로의 운명인가
세상의 봄은, 어디서 시작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