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겨울

by 한진수 Poesy




아침에 일어나서 집을 나서자

하늘은 막 눈을 퍼붓기 시작하려는 참이었으며

관광객들마저 떠나간, 적막한 소멸해 가는 구도심에는

이제 딱히 슬프거나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도

분주하게 하루의 손익을 계산하며

무감각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기 바쁜

불경기에 익숙해진 노인들이 지키는

텅 빈 상점가가 거리를 향해 문을 열고 있다


나는 내가 무엇이 시인들로 하여금

시를 쓰게 만드는지 아직도 모른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지 않다


그저 오늘은 온기가

내려앉는 날이 되기를 소망하고

또 아내와 손을 잡아 서로 시린 손을 녹여주는

지금이야말로 더없이 좋은 순간이라고 생각해 본다


셀 수도 없이 많은 가게에 임대가 붙어있고

가끔 마른 낙엽이나 진눈깨비가

어깨에 내려앉거나 쏟아져 두드리기도 하지만

새해 첫날은 좋은 날이라고 생각해 본다


소멸해 가는 지방 도시에

삶과 부활과 희망인 새싹이

움트는 좋은 날일지도 모른다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