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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함

by 한진수 Poesy




아내와 이호해수욕장을 거닐 때면
테트라포드가 쌓인 방파제 안으로
접안시설을 따라 요트들이 머무는
살랑이는 잔잔한 물결을 보게 된다

임신한 아내 앞에서
나는 우리 가족에게 얼마나 튼튼한
방파제가 되어줄 수 있을지

그렇지 못하더라도
삶이 지칠 때 평온을 선물해 주는 해변이
되어야 할 텐데
알면서도 능력은 그렇지 못한 자신이
한심하고 미워

펜스가 미설치되거나 미끄러운
흠결 있는 곳들을 일부러 찾아내
방파제가 부실하다 투덜거렸다
나의 심통에 임신한 아내의 기분이 울적해지도록

나의 내면의 자책은 그치지 않았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디저트를 먹고 집으로 가자고 미안해할 때
아내는 상냥하게 집에 들어가서
그녀가 시집올 때 가져온 히비스커스 티백을
함께 내려 마시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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