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by 한진수 Poesy




직장생활이란 자신이 열정을 쏟던 분야가

무엇인지 애써 노력해야

어렵사리 떠올리게 되는 씁쓸한 저녁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도

어느 순간 처음의 순수한 열정은

세상의 때를 타서 낡은 애착인형처럼

알아보기 어려워졌을 것이다


먹고살기 위한 생활 속에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나면

강철로 된 볼트나 체인이 꿈을 꾼다는 주장처럼

열정 자체가 어느 날 허황된 개념으로 여겨진다


삶의 여정에서

영원히 걷지 않은 길은 풀과 나무

체념이라 불리는 낙엽에 덮여

결국 사라지듯이


보란 듯 노동자에게 피와 땀을 묻혀가며

박수갈채를 받거나

덕지덕지 의미심장하고 거창한 미사여구를 덧붙여

노동의 진부함과 평범성을 신성함으로 치환하던

시인들의 마술쇼는

우리 시대 유행에서 뒤떨어진 지 오래라

시인들은 그저 상한 토마토와 날달걀과

야유만 벌어들인다


하지만 아가의 웃음을 보며 행복해지는

평범한 사람의 진부한 직장생활에는

분명 작고 위대한 순간들이 뒤따른다


자아실현의 수단이었다면 좋았겠지만

현실의 장벽 때문에 아니게 되더라도 괜찮다


사소하고 열정도 보람도 없는 직장생활도

그 평범한 사람의 돌려받기 바라지 않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헌신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기에


눈을 감아보면

오히려 더 눈부시고 밝은 빛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위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