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좌절시키지 않는
소소한 결핍과 답답함, 허망감을 느끼는 것
이를테면 은행이나 관공서에서
업무처리가 지연되어 몇 시간을
기약 없이 기다리거나
플라타너스 가로수도 폭염에 지쳐
숨을 헐떡이는 여름 날
에어컨을 달아드리자 할머니가 감기로 입원하신다거나
제조사 보증이 끝난 바로 다음날
냉장고가 멈추거나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내집마련의 꿈을 포기한다거나
이것은 마치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가
넘어지고 부딪히며
걷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듯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어른에게
가르쳐주는 사건들이다
어른과 아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어른들은 위선으로
눈물을 감춘다는 점이다
우리 내면의 슬픈 야수는
일단 위선이라는 화려한 옷을 걸치고 나면,
발달된 예의는 정교한 위선과
어느 지점에서는 서로 구분 불가능하다는 점을
멋지게 증명해 보인다
고결한 사회는 위선으로 가득 차 있어
크리스마스의 스노우글로브처럼 아름답게 반짝인다
위선을 통해 정반대의 의견을 가진 이를
존중할 수 있기에
위선은 사회성의 어머니이고
밤하늘을 수놓는 별자리이다
위선을 멋지게 다듬어
사회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가지를 뻗게 만들자
아침에 일어나 한 모금의 사회성을 들이켠 뒤
옷을 입고 단추를 채울 때
우리는 한 줌의 위선으로 치장한다
한데 모이면 너무도 아름답게 빛날
우리 사회의 햇살을
우리가 지평선 너머로 떠나는 날에는
남겨두고 갈 파티드레스를
포용과 존중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몇몇 개인은 고결할 수 있을 지라도
사회 전체가 고결해 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무리한 공상을 타인들과
공유하거나 강요하는 자는 거짓말쟁이일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차원에서
우리가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은 우아한 위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