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서 내가 반한 문장(시)
먼 거리의 불빛은 달 저녁을 울어라
냄새 많은 그 몸이 좋습니다
냄새 많은 그 몸이 좋습니다
-- 김소월의 '여자의 냄새' --
사업에 망한 아버지가 빚쟁이들을 피해 일본으로 밀항한 건
기억에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 내 나이 다섯 살 때였다.
엄마(내게는 어머니가 없다)는 방 한 칸에 부엌이 딸린 사랑채를 얻어
누이 다섯과 나, 그리고 연로한 시어머니를 모시고 날마다
억척같이 노동과 살림을 하셨다.
이른 새벽마다 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에 졸린 눈을 깨보면
누렇게 때 낀 런닝구와 팬티 바람에 복대를 차던 허리춤, 그 위를 덮던 몸빼바지,
그 선명한 엄마의 실루엣.
하루 종일 엄마는 시장과 장터를 돌아다니시며 귤을 파셨다.
가끔씩 동네 아이들과 놀다 장사를 하는 엄마와 마주칠 때면
괜스레 부끄러워 말없이 뒷걸음질치곤 했던
용담동의 휘인 골목, 골목길.
해가 지면
주인집 마당에 나가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던
엄마는 달이 뜨고 별이 깊어지는 어둠 속에서
고단한 주름이 패인 얼굴로 총총 돌아오곤 했다.
그럴 때면 그리움이 깊어 눈물이 글썽이던
어린 나를 말없이 꼭 안아주곤 했다.
그 때 엄마의 몸에서 나던
온종일 흘린 땀과 흘리지 못한 눈물이 스미고 배인
그 시큼한 냄새.
냄새 많은 그 몸이 이유없이 좋았다.
냄새 많은 그 몸이 아직까지 그립다.
[사진 출처]pixabay 무료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