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영혼이 없으리

이 별에서 내가 반한 문장(시)

by 이창훈
나 지은 죄 많아
죽어서도
영혼이 없으리

-- 김종삼의 '라산스카' --






죽음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생전의 김종삼은 “더 이상 모차르트를 들을 수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시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말년의 시에서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모른다.”라고 말했다.


김종삼 때문에

나는 취향도 아닌 클래식 음악을 찾아 듣곤 했다.

나는 그가 즐겨쓴 베레모 모자를 자주 사서 쓰곤 했다.

나는 그처럼 혼자 술을 먹는 스스로에게 빠져들곤 했다.


독작을 할 때는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그의 시들을 읽고 또 읽곤 했다. 그의 시들은 가장 좋은 안주였다.


그가 쓴 많은 시들 중에서

읽을 때마다 가슴 한 켠을 뚫고 지나가는 통증을 유발했던

‘라산스카’.

설명할 순 없지만 이 시를 읽으면 괜스레 눈물이 나곤 했다.


천둥벌거숭이로 이 세상에 태어나

조금씩 나이를 먹으며 삶을 산다는 게

하나 하나 죄를 짓고 사는 일에 다름 아니라는 확신이 점점 더 들어가는 요즘.


자꾸만 세속의 가치에 매몰되어

티끌의 순수함과 오롯한 고독을 멀리 팽개쳐 버린 채 살고만 있는

스스로의 거울을 들여다 볼 때마다

못처럼 박혀드는 ‘라산스카’


피는 나지 않지만

피흘리는 십자가가 자꾸만 떠오르는






[사진 출처]pixabay 무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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