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서 쓴 슬픔의 시
-이창훈
두 다리 쭉 뻗고
책상 위에 누워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을
차마 못 볼 것들을
보고 살아왔으나
무엇 하나 기억할 수 없는
투명한 백치의
머리
아무리 눈알을 굴려봐도
늘 지금인 세계
늘 새로운 풍경이란
그 얼마나 오싹한가
단 한 번도 꼿꼿이
서 보지 못한
땅
길 위에 있고 싶었으나
두 다리로 길을 걸으며
너에게 가고 싶었으나
잠시 꿈을 꾸는 듯
내 몸을 들어 올리는
당신은 누구신가?
바람소리를 듣는
당신의 열린 귀는
왜 나에겐 가혹한 감옥인가?
들린 몸으로 바라보는
너는 왜 그리 멀리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