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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훈 Nov 07. 2022

두 다리로 길을 걸으며 너에게 가고 싶었으나

이 별에서 쓴 슬픔의 시

안경  

                           -이창훈

        


두 다리 쭉 뻗고

책상 위에 누워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을 

차마 못 볼 것들을

보고 살아왔으나

     

무엇 하나 기억할 수 없는

투명한 백치의

머리

     

아무리 눈알을 굴려봐도

늘 지금인 세계

늘 새로운 풍경이란 

그 얼마나 오싹한가

     

단 한 번도 꼿꼿이 

서 보지 못한 

땅   

  

길 위에 있고 싶었으나

두 다리로 길을 걸으며 

너에게 가고 싶었으나  

   

잠시 꿈을 꾸는 듯

내 몸을 들어 올리는 

당신은 누구신가? 

    

바람소리를 듣는 

당신의 열린 귀는 

왜 나에겐 가혹한 감옥인가? 

    

들린 몸으로 바라보는 

너는 왜 그리 멀리 있는가



-- '들린 몸으로 바라보는 / 너는 왜 그리 멀리 있는가'. Pixabay 무료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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