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로 길을 걸으며 너에게 가고 싶었으나

이 별에서 쓴 슬픔의 시

by 이창훈

안경

-이창훈



두 다리 쭉 뻗고

책상 위에 누워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을

차마 못 볼 것들을

보고 살아왔으나


무엇 하나 기억할 수 없는

투명한 백치의

머리


아무리 눈알을 굴려봐도

늘 지금인 세계

늘 새로운 풍경이란

그 얼마나 오싹한가


단 한 번도 꼿꼿이

서 보지 못한


길 위에 있고 싶었으나

두 다리로 길을 걸으며

너에게 가고 싶었으나


잠시 꿈을 꾸는 듯

내 몸을 들어 올리는

당신은 누구신가?


바람소리를 듣는

당신의 열린 귀는

왜 나에겐 가혹한 감옥인가?


들린 몸으로 바라보는

너는 왜 그리 멀리 있는가



안경.jpg -- '들린 몸으로 바라보는 / 너는 왜 그리 멀리 있는가'. Pixabay 무료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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