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短想), 단상(斷想)들 (28)
외로움은 성(城)이고
고독은 섬(島)이다.
외로움은 도시적이고
고독은 자연적이다.
외로움은 철저히 소비되는 감정이고
고독은 부단히 향유하려는 감정이다.
둘다
'고립'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지만
ㅇ과 ㅁ의 거리만큼이나
멀고 먼 둘의 사이.
차고 넘치는 외로움들로 오늘도
세속 도시는 불야성이자 아우성이지만
사람들은 눈꼽만큼도 고독할 여유가 없다.
상처받은 짐승처럼 웅크린
외로운 사람들은 가시울타리를 두르며
견고한 벽을 세운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 성(城)은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누군가의 손길에 쉽게 무너지는
모래성일지도 모른다.
고독이라는 이름의 섬
그 섬은 딱 한 명의 유배객 아닌 망명객을 받는다.
아무나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실존의 영토.
그 영토 안에서 '홀로'라는 말은 결핍이 아닌 충만의 언어.
더는 무인도가 아닌 섬의 곳곳을 홀로 순례하는 자의 느린 걸음.
함민복 시인의 표현을 빌린다면
그 섬은 '물의 울타리'를 치고
부릅 뜬 눈으로 세계를 마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