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병

단상(短想), 단상(斷想)들 (31)

by 이창훈

너는 떠났고

너 닮은 꽃 한 송이

병에 꽂았다.


물기를 머금고 생생한 얼굴을 피워

웃고 있는 너


물론 나는 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웃음에 드리울 그늘

허망하게 져 버린 그 그늘 속에서


물론 나는 뒤늦게 깨닫겠지.

잠시 붙잡았다는 어떤 환상은

목을 꺽고 저무는 꽃잎처럼 착각이었다는 것


사랑하고 아파하고 미워할 순 있을지언정

아름다움은 영원히 가질 수는 없다는 걸


그리고 나는

꽃없는 병으로 남아

베란다에 저무는 노을빛에

잠시 어두워 가는 얼굴을 부시게 빛내겠지.




사랑일 뿐이야(꽃).jpg --'아름다움은 영원히 가질 수 없다는 걸', Pixabay 무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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