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短想), 단상(斷想)들 (31)
너는 떠났고
너 닮은 꽃 한 송이
병에 꽂았다.
물기를 머금고 생생한 얼굴을 피워
웃고 있는 너
물론 나는 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웃음에 드리울 그늘을
허망하게 져 버린 그 그늘 속에서
물론 나는 뒤늦게 깨닫겠지.
잠시 붙잡았다는 어떤 환상은
목을 꺽고 저무는 꽃잎처럼 착각이었다는 것을
사랑하고 아파하고 미워할 순 있을지언정
아름다움은 영원히 가질 수는 없다는 걸
그리고 나는
꽃없는 병으로 남아
베란다에 저무는 노을빛에
잠시 어두워 가는 얼굴을 부시게 빛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