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서 내가 반한 문장
기적은 물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 위를 걷는 것이다.
-- 임제 선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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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의 봄.
20살도 더 어린, 학교의 벗들과 농구를 하다 발목을 다쳤다.
별 것 아닌 줄 알고 절뚝이는 다리로 집에 가 하룻밤을 보냈더니
뒷날 퉁퉁 부어오르며 걸을 수가 없었다.
동네 정형외과에서 내린 진단은 골절.
깁스를 하고 끙끙거리며 두문불출할 수 밖에 없었다.
사소한 모든 움직임이 귀찮고, 어디 어느 곳 하나 내 맘대로 갈 수 없는 답답함 속에
한 달이란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다.
깁스를 풀어 주는 간호사의 손이 마치 예수님의 은혜로운 성령처럼 느껴지며
굳었던 발의 근육 때문에 여전히 힘들고 아팠지만
목발 없이 온전히 두 발로 조심스레 땅을 디뎌 에돌아 오는 길
선선하게 부는 바람 속으로 흩날리는 벚꽃, 꽃잎들
재잘거리는 참새들의 지저귐이 청량하게 마음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루이 암스트롱이 부른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가
나도 모르게 입 안을 맴돌다 터져 나왔다.
분명 그건 내 안에 맺혔던 꽃이 피는 순간이었고
평범 아닌 기적이 일어나는 시간이었다.
늘 이별이 끝난 후에야 사랑했음을 뒤늦게 알게 되듯이
무언가를 상실한 후에야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잃어버린 평범함이 실로 놀라운 경이였음을 깨닫곤 한다.
너무도 쉽게 평범은 권태로운 일상으로 변하겠지만
그 변화는 결국 우리 자신의 마음이 만든 결과물일 뿐
어제 핀 꽃과 오늘 핀 꽃은 분명 다르고
생의 꽃은 언제든 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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