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전 선연재#3.자주 흔들리는 당신에게/무무 지음 방수진 옮김]
중국 10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
무무가 들려주는 소소하고도 따뜻한 사랑이야기
행복한 가정은, 사실,
부지런한 노력으로 키워 나가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희생으로 길러 나가는 것이다.
그래야만 봄의 풀 같이 튼튼하게 클 수 있다.
일단 사랑이란 자양분을 잃게 되면,
그렇게 튼튼했던 가정도
순식간에 풍화되고 말 것이다.
그와 그녀의 결혼생활은 벌써 11년을 맞았다.
이 부부 사이의 서로에 대한 갈구나 격정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그는 가면 갈수록 자신의 부인에 대한 태도가
일종의 의무나 형식 같은 것이라 느껴졌다.
특히 회사 부서 이동으로 인해
발랄하고 상큼한 여대생이 들어온 이후엔
점점 아내가 싫증 나기 시작했다.
그 여학생은 그에게 저돌적으로 다가왔고,
그 역시도 그 여대생으로 인해
자신의 두 번째 봄날이 시작되리라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오랜 고민 끝에 그는 그녀와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녀 역시도 지친 듯, 아주 담담한 태도로
이혼요구를 승낙했다.
두 사람은 함께 가정법원에 들어갔다.
이혼 수속이 무난히 끝나자,
두 사람은 정말로 남남이 되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마음속에 알 수 없는
허전함과 공허함이 밀려왔다.
그는 그녀를 한참 쳐다보다 이렇게 말했다.
“늦었는데, 밥이나 같이 먹자.”
그녀도 그를 힐끔힐끔 쳐다 보며 말했다.
“좋아, 듣자 하니,
이혼식당 이라는 곳이 생겼다는데,
이혼한 부부의 마지막 만찬만을
전문으로 제공하는 곳이래.
거기 가보지 않을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말없이 이혼식당으로 들어갔다.
그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당신이 주문해.”
“죄송합니다만, 저희 이혼식당에서는
반드시 아내분께서 남편이 평소에 가장 좋아했던 음식을, 남편분께서는 아내분께서 평소 가장 좋아했던 음식을 골라 주셔야 합니다.
‘마지막 추억’이라는 메뉴에요. "
“알겠어요.”
그녀가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찐 생선과 버섯 탕수, 목이버섯무침 주세요.
아 그리고 파, 마늘, 생강 넣지 마시구요,
제 남편은 … 아니 이 분이 그런 거 못 드시거든요.”
“어떻게 주문하시겠어요?”
종업원이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는 멈칫했다.
함께 11년을 살았으면서도
그는 자신의 아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입을 벌린 채 그저 어색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냥 이렇게 주세요.
사실 이거 저희 둘 다 좋아하는 것들이에요.”
그녀가 다급히 상황을 수습했다.
종업원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저희 가게에 오신 분들께서는,
다들 입맛이 없어 하세요.
그러니 저희 ‘마지막 추억’은
그냥 드시지 않는 걸로 하시죠.
대신 저희 이혼식당에서
특별히 손님들을 위해 준비한
음료를 마셔보는 게 어떠세요?
다들 이건 마다치 않으시거든요.”
그녀와 그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좋겠네요.”
아주 빠른 속도로 종업원은
두 잔의 음료를 가지고 왔다.
한 음료 속엔 푸른빛이 살짝 돌았다.
조각난 얼음들로 가득했다.
한 음료는 붉은빛으로 가득했는데,
그 위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이 음료의 이름은
‘절반은 불꽃, 절반은 바다’라고 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종업원은 메뉴 소개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갔다.
방 안엔 정적이 흘렀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아있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몰랐다.
“똑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종업원이 들어왔다.
쟁반 위에 한 송이 장미꽃이 놓여 있었다.
“남성분, 맨 처음 여성분께 꽃을 드리던
그 날을 기억하십니까?
이제 다 끝났으니, 부부가 될 수 없다면
친구라도 되는 게 어떨까요.
친구는 편하게 만났다가 편하게 헤어지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여성분에게 꽃을 선물해보세요.”
그녀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순간 그녀의 눈앞에 연애 초
그가 그녀에게 꽃을 선물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 그들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곳으로 단둘이 이사를 왔다.
그들은 빈손으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했다.
낮에는 사방팔방 일거리를 찾아다녔고,
밤에는 수입을 늘리기 위해
여자는 야시장에 나가 일을 했고,
남자는 다른 집의 설거지를 해주고 다녔다.
어두컴컴한 밤이 되어서야 그들은
10평방미터도 채 되지 않는
셋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삶은 힘들었지만, 누구보다 행복했다.
이사 온 뒤 처음으로 맞이하는 밸런타인데이,
그는 그녀에게 한 송이 장미꽃을 선물했다.
그 장미꽃 하나에 그녀는 행복해서 눈물을 흘렸었다.
그리고 11년이 흘렀다.
모든 것이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두 사람은 이제 각자의 길을 걸어가게 되었다.
눈물이 눈가에 가득 차올랐다.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뇨, 됐어요.”
그 역시 지난 11년을 뒤돌아봤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이 최근 5, 6년 간
아내에게 장미꽃 한 송이도 사다 준 적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 역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안 살래요.”
종업원은 장미꽃을 들더니
두 조각으로 찢어
각각 두 사람의 음료잔에 넣어주었다.
장미는 음료 속에 이내 사르르 녹아버렸다.
“이것은 우리 식당이
특별히 찹쌀을 이용해 만든 장미였어요.
역시 여러분께 드리는 세 번째 요리였습니다.
이름은 ‘그림자로 비치는 아름다움’이에요.
고객님 맛있게 드세요.
필요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 절 부르시구요.”
종업원은 말을 마친 뒤 몸을 돌려 나갔다.
“저기….”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선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질 않았다.
“팍!” 갑자기 불이 꺼졌다.
방 안은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바깥의 경보음이 거세게 울렸다.
뭔가 타는 냄새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뭐야?” 두 사람은 놀래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이 났어요! 모두 빨리 안전통로로 이동하세요, 얼른요!”
밖에서 어떤 사람이 힘을 다해 외치고 있었다.
“여보” 그녀가 그의 품으로 안기며 말했다.
“나 무서워.”
“괜찮아.” 그가 그녀를 꽉 안은 채 말했다.
“내가 있잖아. 가자, 밖으로 어서!”
그러나 방밖에는 환한 불빛이 가득한 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모든 것이 질서정연했다.
종업원이 다가와 말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많이 놀라셨죠.
저희 음식점에 불은 나지 않았어요.
연기 냄새는 주방에서 일부러 만든 것이고요.
이것은 저희 식당의 네 번째 음식인
‘속마음’이라는 메뉴였어요. 방으로 들어가 주시기 바라요.”
그와 그녀는 방으로 돌아갔다.
아무 일 없다는 듯 등이 켜져 있었다.
그는 그녀를 붙잡고 말했다.
“여보, 종업원이 말한 게 맞는 것 같아.
금방 그 모습이 내 진짜 속마음이야.
사실 우리 둘은 서로를 절대 떠날 수 없는 것 같아.
내일 우리 재혼하자 응?”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진심이야?”
“진심이지, 나 이제 다 알았어.
내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재혼 신청하러 가자. 저기요. 계산할게요.” 그가 소리쳤다.
종업원이 들어와 두 사람에게
각자 한 장씩의 붉은색 계산서를 주었다.
“고객님, 이것이 두 분의 계산서에요.
저희 식당의 마지막 선물이기도 하고요,
‘영원한 계산서’라는 메뉴인데요.
두 분께서 각자 한 장씩 가지시면 됩니다.”
명세서를 본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그녀가 놀라 물었다.
그는 명세서를 그녀에게 주며 말했다.
“여보, 내가 잘못 했어. 정말 미안해.”
그녀는 명세서를 열어
젤 위에 쓰인 한 줄의 글귀를 보았다.
“따뜻한 가정, 열심히 일하는 두 손, 당신이 올 때까지 꺼지지 않던 불, 사계절 당신을 걱정하는 목소리, 사소한 것까지 배려하는 마음씨, 예순 시어머니의 미소, 아이를 향한 끝없는 사랑, 팔방으로 당신의 위신을 지키는, 당신을 위해 온 주방을 뛰어다니는 사람, 10년을 당신을 위해 청춘을 쓴 사람… 바로 당신의 아내였습니다.”
“여보, 당신도 수고했어.
요 몇 년간 나 역시도 당신에게 잘못한 것 같아.”
그녀가 자신의 명세서를 남편에게 건네주었다.
그 역시도 명세서 맨 윗줄의 문구를 보았다.
“남자라는 책임, 두 어깨에 가득한 기대, 늦은 밤까지 쉬지 않는 몸, 사방팔방 분주한 마음, 기댈 곳 없는 마음, 얼굴 곳곳에 남겨진 풍파의 흔적, 친척에 대한 의무, 말할 수 없는 우여곡절들, 실수도 하는 평범한 사람, 가정과 아이를 향한 진정한 사랑, 이것이 당신의 남편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고, 소리 내어 펑펑 울었다.
사랑의 힘이란 때때론 매우 강력하다.
어떨 때는 매우 연약하지만,
그것 역시 당신이
어떻게 노력해 보완하느냐에 따라
달려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자신과 타인 모두를
사랑할 능력이 없다면,
가정을 꾸릴 생각도 하지 마라.
아름다운 생화는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지만,
행복한 가정은 한 사람의 일생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어떤 사람에겐, 어떤 사랑을 놓친 것이 곧 일생을 놓친 것과 같다.
-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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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무무는 오로지 글로만 독자와 소통하는, 필명과 작품집 이외에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신비주의 작가이다. 에세이집 《사랑을 배우다》가 전 세계적으로 100만 부 이상이 팔리면서 독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책 전반에는 일상과 순간에 대한 번뜩이는 깨달음, 인생과 사랑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특히 감성과 이성의 균형을 유지하며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그의 필체는 무무만이 가진 장점이자, 젊은 독자층으로부터 열렬한 지지와 응원을 받게 하는 주된 힘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된 그의 작품으로는 《오늘, 뺄셈》, 《당신에겐 그런 사람이 있나요?》, 《사소한 것들로부터의 위로》, 《행복이 머무는 순간들》 등이 있다.
<역자 소개>
역자 방수진은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문학을, 중국 상하이 화동사범대학교 대학원 중어중문학과에서 중국문학을 전공하였다. 현재는 중국어 번역과 교육을 병행함과 동시에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1인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이후 기자와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며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필력을 쌓았다. 현재 카카오브런치에서 시인의 정원이라는 필명으로 다양한 칼럼과 에세이를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