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전 선연재#2] 자주 흔들리는 당신에게 | 무무 지음, 방수진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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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기대를 가득 안고,
무무가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사랑에 빠지기는 쉬우나,
사랑하는 것은 어렵다.
마치 어떤 친구가 말한 것처럼 말이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것들 중에
무엇이 맞는 것인지,
그리고 무엇이 틀린 것인지 모르겠다.
아마 그것은 내가 죽음을 맞이할 때 즈음
알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해 임하는 것밖에 없다.
그리고 천천히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너무나 행복한 것이라서,
우리는 사랑이 무덤덤해 지면,
계속해서 또 다른 운명 같은 사랑을 찾아
떠나곤 한다.
남자는 결혼생활 7년이면 염증을 느끼고,
여자는 삶의 지루함에 몰래 담을 넘는다.
7년이 지나고 나면, 하늘은 이미 깜깜해져 버려,
예전의 흥분과 기쁨은 온데간데없어진다.
깜짝 놀랄 기쁨도,
순간적인 짜릿함도 없어지는 것이다.
7년이 지나고 나면,
상대는 당신에게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다시는 당신을 자신의 사랑스러운 존재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더 이상 없어선 안 될 존재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바깥은 여전히 그치지 않는
수많은 유혹과 변화가 도사리고 있다.
그들 사이엔 문자를 주고받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녀의 휴대전화엔 많은 문자가 있었지만,
그의 문자는 한 통도 없었다.
어떤 부부가 용건도 없는데
시시콜콜 문자를 보내고 하겠는가?
결혼 7년 차,
신혼 때의 신선함과 설렘은 지나간 지 오래였다.
게다가 공대 출신의 그는 매사에 융통성이 없었다.
천성에다 하는 일의 특성까지 더해지니,
정말이지 그녀에겐 그는 재미없고 낭만도 없는,
지루하고 대화가 안 통하는 남자일 수밖에 없었다.
평소 용건이 있을 때만 그는 전화를 하곤 했다.
예를 들자면, 오늘 거래처 접대가 있는 날이라면
그는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 오늘 밤엔 밖에서 먹고 들어갈게.”
그녀 역시 고작 덧붙인다는 말이
“술 조금만 먹어.”였다.
그것으로 전화통화는 끝이 났다.
상대를 부를 때에도,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어이” 혹은 “있잖아”로 대화를 시작하는 식이었다.
“있잖아”가 상대의 이름이 되면,
무슨 할 말이 있다는 뜻이었다.
별 볼 일 없는 그런 말들 말이다.
삶은 그렇게 아주 평범하게 흘러갔다.
이것은 그녀의 성격과 너무나 맞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는 줄곧 하늘을 달리는 말처럼,
자유로운 삶을 갈망했다.
그녀는 남자 하나를 알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이었다.
잘생기고, 자신감 넘치고,
똑똑한데다 유머러스하기까지 했다.
연합대항이라는 게임에서 만났다.
그들은 함께 경기에 참여했고,
서로 호감이 생겼다.
비록 그가 그녀보다 3살 연하였지만.
잘생기고 멋진 그 남자를 알게 된 이후,
그녀는 매우 어려 보이는 옷을 입기 시작했다.
한국드라마 광팬들이나 입는 그런 옷들을 말이다.
심지어 최근 가장 핫하다는
폭탄머리 파마도 했다.
바지 곳곳에 주머니가 붙은 옷을 함께 입으니
둘은 영락없는 커플처럼 보였다.
그들은 함께 바닷가에 놀러 가기로 했다.
같이 자전거를 타고 말이다.
그녀는 너무나 설레었다.
출발하기 전, 이 여행을 위해
그녀는 유행하는 새 옷을 여러 벌이나 사두는 등
꼼꼼한 준비를 잊지 않았다.
남자는 줄곧 여자의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신상 MP4를 귀에 꽂고
자전거를 타면서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녀가 수야간의 노래를 아느냐 묻자,
그는 그녀를 비웃듯 이렇게 말했다.
“진짜 촌스럽다.”
가던 도중에,
그녀의 자전거 바퀴에 구멍이 나고 말았다.
하지만 남자는 상황을 모른 채
여전히 앞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었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그녀가 따라오고 있는지조차도 몰랐던 것이다.
만약에 그녀의 남편이었다면,
그는 분명 자신을 앞세웠을 것이다.
아니라면 그녀를 안쪽에 두고
그가 바깥에서 자전거를 탔을 것이다.
그는 항상 그녀 대신
자신이 위험을 감수하려고 했으니까.
밥을 먹을 때,
남편은 가장 맛있는 음식을 그녀에게 주었다.
그녀가 생선대가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비록 그녀가 이틀간 집을 비우더라도
그녀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를 위해 생선대가리를 남겨두던 사람이었다.
그녀가 별 뜻 없이
거울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집 안 곳곳에 거울을 달아주었다.
그녀가 달리기를 좋아한다고 하자,
집안엔 러닝머신이 생겼다.
그러나 그녀는 이 모든 것의 고마움을
이전엔 느끼지 못했다.
단지 남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집안의 가장이라면 당연한 거 아닌가?
그녀가 남자의 뒤에서 달리기를 반나절,
이제 남자의 자전거는
찾을 래야 찾아 볼 수도 없었다.
다행히도, 멀지 않은 곳에
자전거 수리점이 있었다.
30분 뒤, 남자는 돌아왔다.
그러나 미안하단 말도 한마디 없이
입을 열자마자 이렇게 소리쳤다.
“대체 어떻게 탔길래 자전거가 이 모양이야?”
이 억울한 마음을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좋을지 몰랐다.
눈물이 핑 돌았다.
하지만 꾹 참고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바닷가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핸드백 속에서 봉지 하나를 발견했다.
남편이 자신을 위해 싸 준 약이었다.
그녀는 평소 위가 좋지 않아
많은 약을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약은 아주 꼼꼼히 싸여 있었다.
그 안에 휴지도 들어있었다.
그녀가 출발하기 이틀 전부터 그에게
배가 아프다고 말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순간 그녀의 마음이 뜨거워졌다.
이미 이 남자와 여행 온 것이
조금씩 후회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어서 벌어진 상황이
마침내 그녀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그녀와 이 남자 사이에는
그저 한순간의 격정과 충동만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얕은 바다에서 수영을 했다.
수영 중에, 한번은 거센 파도가 크게 몰려왔다.
모든 사람이 놀라 육지로 달아났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남자의 손을 잡았다.
그가 수영을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의 손을 잡으려고 하자,
그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자신만 살겠다고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그녀가 가까스로 구조튜브를 잡아,
튜브에 의지한 채
안전하게 뭍으로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육지에 도착하자 남자는 해명을 하듯 말했다.
“나도 너무 급해서 어쩔 수 없었어,
내 탓 안 할 거지?”
“응”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속마음은 너무나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 아프다.
그 격정의 조각들이
그녀를 마구 찔러 댔기 때문이다.
어떤 그 무엇도 남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녀는 정말이지 땅을 치고 후회하는 마음으로
육지로 걸어 나왔다.
저녁을 먹을 때, 휴대전화 문자 알람이 울렸다.
열어서 보니, 역시나 남편이 보낸 것이었다.
남편은 평소 문자를 잘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남편이 먼저 보낸 것이었다.
“피곤하지?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그렇게 먼 길을 갔으니… 많이 걱정된다…
잠도 잘 안 오네… 보고 싶다.”
언제나 표현에 인색했던
남편이 이렇게 말한 것이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이 세 글자가
순간 그녀를 울고 싶게 만들었다.
그러나 남자는 여자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자신에게 온 문자에
하나씩 하나씩 답을 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많은 이성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노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
싸우기를 즐기는 여자, 로맨틱한 여자 등등.
그리고 그녀는 단지 그런 여자들 중 하나였을 뿐.
하지만 남편에겐 그녀는 그의 모든 것 이었다.
그녀는 일어나 구석에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그렇게 조곤조곤했다.
“잊지 마, 약은 제때 세 번 먹어야 해.
정신없이 굴다가 약 빼먹지 말고.
술은 절대 먹음 안 돼.”
그녀는 그저 듣고만 있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아서였다.
사실 그녀는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고 나왔다.
자전거 동호회에서 사람들과 함께
바닷가로 놀러 간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문자 하나하나가 그녀를 깨닫게 했다.
그가 말하지 않는 것은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것을.
그의 사랑은 우리 삶 속의 씨실과 날실 같아서,
마치 작은 계곡처럼 힘차진 않아도
그녀의 마음 곳곳에서
항상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고 말이다.
남편은 그녀에게 물었다. “언제 와?”
“지금” 그녀가 말했다. “지금 바로 갈게.”
이후, 그녀는 그 남자와 인사한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사랑은 하나의 등불과 같다.
어둠 속에서도 먼 곳을 비춰준다.
사랑은 여름날의 시원한 바람과 같다.
겨울의 따뜻한 햇볕과 같다.
봄의 가랑비와 같고,
가을의 석류와 같다.
이전에 어떤 작은 섬에, 즐거움, 슬픔, 지식, 사랑
그리고 여러 다양한 감정이 살고 있었다.
감정들은 어느 날 하루,
이 섬이 곧 가라앉을 것이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모두 배를 타고 섬을 떠날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단지 사랑만이 떠나지 않고 남아,
섬의 마지막 순간을 지키고자 했다.
며칠이 지나고, 작은 섬은 정말로 가라앉게 되었다.
사랑은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다.
이때, 부유함이 탄 큰 배 하나가
작은 섬 곁을 지나갔다.
“부유함이여, 저를 데리고 가 줄 수 있나요?”
부유함이 웃으며 말했다.
“안 돼요. 나의 배에는
이미 너무 많은 금은 보화가 있어요.
당신 자리가 없는 걸요.”
사랑은 허영이 탄 화려한 작은 배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말했다.
“허영심이여, 저를 도와주세요.”
“저는 도와드릴 수 없어요. 당신은 홀딱 젖었는걸요.
제 아름다운 배를 더럽힐 수 없어요.”
슬픔이 왔다. 사랑이 슬픔을 향해 애원했다.
“슬픔이여, 저를 데리고 가 주세요.”
“아, 사랑이여, 저는 지금 너무나 슬프답니다.
저 혼자 좀 있고 싶어요.” 슬픔이 대답했다.
기쁨이 사랑 옆에 지나갔지만,
그것은 기쁨에 젖은 나머지,
사랑의 절규를 듣질 못했다.
갑자기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로 와요, 사랑이여,
내가 당신을 데리고 가 줄게요.”
그것은 어떤 한 장자였다.
사랑은 너무 신난 바람에
그의 이름을 물어보는 것을 잊고 말았다.
육지에 도달했을 때, 장자는 혼자 떠나버렸다.
사랑은 감개무량한 마음에
다른 장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저를 도와 준 저분은 누구십니까?”
“그는 시간입니다.“
“시간이요?”
사랑이 되물었다. “그는 왜 저를 도와준 거죠?”
노인은 웃으며 말했다.
그 누구도 사랑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는 지,
사랑 속의 바다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다.
오로지 시간만이, 시간이라는 눈만이
사랑의 앞 뒤, 사방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다.
-무무
<저자 소개>
저자 무무는 오로지 글로만 독자와 소통하는, 필명과 작품집 이외에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신비주의 작가이다. 에세이집 《사랑을 배우다》가 전 세계적으로 100만 부 이상이 팔리면서 독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책 전반에는 일상과 순간에 대한 번뜩이는 깨달음, 인생과 사랑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특히 감성과 이성의 균형을 유지하며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그의 필체는 무무만이 가진 장점이자, 젊은 독자층으로부터 열렬한 지지와 응원을 받게 하는 주된 힘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된 그의 작품으로는 《오늘, 뺄셈》, 《당신에겐 그런 사람이 있나요?》, 《사소한 것들로부터의 위로》, 《행복이 머무는 순간들》 등이 있다.
<역자 소개>
역자 방수진은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문학을, 중국 상하이 화동사범대학교 대학원 중어중문학과에서 중국문학을 전공하였다. 현재는 중국어 번역과 교육을 병행함과 동시에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1인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이후 기자와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며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필력을 쌓았다. 현재 카카오브런치에서 시인의 정원이라는 필명으로 다양한 칼럼과 에세이를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