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주를 찾는 아주 사적인 이유#3. 구름]
제주의 구름은
멀지 않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의 젖을 물리는
어머니의 나즈막한 눈빛처럼
가깝습니다.
애써 고개를 들지 않아도,
찾으려 힘껏 노력하지 않아도,
곁에 있습니다.
제주의 구름은
생애 첫 항해를 마치고 온
항해사의 웃음처럼 하얗습니다.
겉은 한 없이 가볍지만,
속은 깊게 영글어가는 중이지요.
제 자리에서 폴짝 뛰기만 해도
두 동강 나버릴 것만 같은
뭉게구름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새삼 "가까이 있지만
여태 가까이 있다고
느끼지 못한 것들"에 대해
떠올리게 됩니다.
늘 우리의 곁에 있었지만
곁이라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
하지만 단 한 순간도 우리 옆을
떠난 적 없었던 것들에 대해 말이죠.
이를테면,
멀리서도 항상 끼니 걱정부터 물으시던
어머니의 전화,
실패보다 희망이 더 무서운 것 같다며
울면서 곧잘 집 앞을 찾아오던 친구녀석,
형광등 불빛보다
더 환하게 빛났던 우리의 맹세,
난로보다 더 빠르게
서로의 마음을 녹여주던 정다운 악수...
그렇게 제주의 구름은
지난 날 우리가
쉬이 스쳐보냈던 것들을,
잊고 살았던 순간들을,
조용히 읖어줍니다.
나즈막히 속삭여줍니다.
우리가 기억하지 않아도,
떠올리지 않아도,
애써 찾거나,
또 기념하지 않아도,
삶의 가장 친근한 한 켠은
생의 가장 사소한 장면들은
갓 바느질을 마친
도톰한 솜이불처럼
우리를 덮어주고 있었다고 말이죠.
항상 그 곳에 있었고,
한 번도 그곳을 떠난 적 없었으며,
앞으로도 가볍고 또 낮은 눈동자로
우리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입니다.
시인의 정원이 들려주는 제주이야기는 유투브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그 좋다던 제주살이, 나도 한 번 해봤다#1. 낮다고 얕보지 마라! 용눈이오름]
[그 좋다던 제주살이, 나도 한 번 해봤다#2. 이건 몰랐지? 눈 앞에 펼쳐지는 압도적인 뷰!지미오름]
[그 좋다던 제주살이, 나도 한 번 해봤다.#3. 맛천국~! 세화오일시장 안 가봤음 말을 말어~]
글쓴이: 방수진
시인, 카피라이터, 중국문학전문번역가
경희대학교 국문과 학사, 중국 상해 화동사범대학교 중문과 석사(정부초청장학생)
전 일간스포츠 기자, 파고다 중국어전문강사, 극단 하땅세배우, 밴드 "시인의 정원"리더.
현 카카오브런치 매거진 “지금 중국어”, ”지금 중국문학”,”사이하다”연재 중.
E.MAIL : poetgarden@naver.com / facebook, Instagram: "poet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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