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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이 있을 수 없는 회의였다. 물리학자, 생물학자, 화학자, 천체물리학자, 물성 전문가, 집단심리학자 등이 올라와 그들만큼의 확인할 수 없는 가설을 펼친 후 전문가 그룹이 모두 퇴장하자 청장은 결론 대신 명령을 내렸다.
“그래서 뭐? 외계인? 평행우주? 시간 지연? 물적 환각? 환각 변환? 그리고 공간, 뭐? 공간 전이? 우주 저 먼 곳에서 전화라도 왔냐? 부동산값 비싼 지구에서 건물 하나 잘 가져갔다고? 그래서 고맙다고? 우주적으로다가 오를 만한 부동산 샘플 시장이라도 있냐? 가 봤어? 갔다 와, 그럼 내가 인정할게. 지랄하고, 여기가 새로운 과학 가설 세우는 곳이냐? 뜬구름에 뜨끈한 오줌 싸지 말고 확인할 수 있는 걸 가지고 오란 말이야. 눈으로 볼 수 있는 증거하고 살았든 죽었든 특정할 수 있는 유기체를 가지고 오란 말이야. 아마 이틀 정도 시간이 있을 거야. 내가 관두든, 니들이 잘리든.”
예나 지금이나 조직은 이렇게 돌아간다. 의심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공식적인 발표가 미뤄지면 흉흉한 소문이 돌고 정치권은 해답을 내놓으라 쥐어짜고 윗선은 현실적인 포장지를 찾아내는 동안 아랫선은 희생양을 만들어 낸다. 이런 되먹임이 몇 바퀴 도는 동안 사건은 익숙해지고 다른 일이 터지고 다시 조직은 돌아간다. 원래 사회는 이렇게 위태롭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경수는 절단면의 성분 데이터 결과물과 그간 각종 사건 현장에서 추출했던 물질들과 비교작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모든 정보분석관이 각자의 몫으로 눈코 뜰 새 없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일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더 정확하고 빠르게 결과를 찾아오기 때문에 대부분 분석관은 진행의 방향만 모니터하고 있었다. 경수는 엄마를 담당했던 연구원인 닥터 박의 흔적을 추적하고 있었다. 그제 저녁의 행적을 찾아낸다면 어제 데이터동에 있었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 있었는지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연구소를 비롯해 그의 집, 운동하는 곳 등을 CCTV로 광범위하게 검색해도 그는 모습은 드러나지 않았다. 휴대폰의 흔적도 그제 저녁부터 사라져 있었다. 부산하게 움직이는 경수의 눈동자를 순간 붙들어 맨 이는 엄마였다.
휴대폰에 엄마의 메시지가 뜨기 시작했다. 막아 놓은 사적 메시지 창 대신 직원 전용 네트워크를 뚫고 들어왔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모친, 제발!’
‘걱정 말아 얘. 흔적 싹 지우고 나갈게. 이 정도는 설거지보다 쉬운데 이제.’
‘사라진 그 건물하고 같이 내 담당 연구원도 사라진 모양이던데, 그건 어련히 알아보고 계시겠지? 그리고 그 식물, 건물 사라진 자리 바닥에 있던 그 오싹한 풀 말이야. 내가 미국 쪽에서 찾았다. 대략 6천6백만 년 전인데, 중생대에서 신생대로 넘어가는 즈음 발생했던 대멸종 이전에 있었던 식물로 추정할 수 있다네. 근데 이 풀이 발견되는 지층에는 다른 생명체들을 찾아보기 힘들데. 뭐 해석이 분분한 모양이긴 한데, 기분 좋은 풀은 아니야. 그렇지? 엄마의 정보 장보기 어때? 쓸 만하지?’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얼른 나가세요. 흔적 다 지우시고.’
‘그래 아들, 저녁에 봐.’
‘뭘, 지금도 다 보고 있으면서. 오늘 못 들어갈지 몰라요. 홈시스템 확인 잘하세요.’
연결이 끊어지기 전부터 경수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엄마에 관한 디지털 정보와 이를 담당하는 연구원이 동시에 사라진 것이다. 엄마의 유추대로라면 건물과 그는 중생대 어느 대지 위에 서 있을지도 몰랐다. 경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머리를 흔들었다.
“말도 안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