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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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호

넷째 날


경찰 입장에서는 사건의 전말까지 기대하지 않더라도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 하나만이라도 던져 주는 이가 있다면 쫓아다니면서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건 현장에는 바람에 나부끼며 천천히 말라 죽어 가는 이름 모를 풀들, 어쩌면 6천만 년 전의 대지에서 있었어야 할 풀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사라진 건물을 중심으로 발견된 수상한 데이터 흐름 하나만이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단서이자 흔적인 만큼 이를 추적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일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흔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과는 많이 달랐다. 접근한 곳도 경유한 곳도 너무 혼란스러웠으며 여러 회선에서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점멸하듯 꺼져 버렸다. 마치 술 취한 귀신의 행적이라고밖에 비유할 수가 없었다. 이때 청장이 직원들에게 직접 전하는 메시지의 제목이 떴다. 열어 보니 엄마였다.

‘아들, 고생이 많네. 그냥 보내면 안 읽을까 봐 살짝 도용했어. 분위기를 보아하니 오늘도 늦을 거 같네. 그럼 뭐 엄마는 엄마 하던 일이나 하면서 있을게. 귀신 쫓는 일에 너무 몰두하지 말고. 잡아 봤자 귀신 아니겠니? 누구는 몸 없는 영혼이면 귀신이라 부르기도 하데. 그럼 엄마도 귀신인가?’

엄마의 메시지를 본 경수는 맥이 풀렸다. 이렇게 완전히 다른 곳에서 귀신이라는 단어가 동시에 등장하는 일이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이제 네트워크 안에서 엄마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그것도 가늠할 수 없었다. 그저 엄마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야 했다. 원래 엄마는 그런 존재였다고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편했다. 흔적이 사라진 자리에 문서 한 장이 있었다.

‘아마 이 정도는 알고 있었겠지?’

엄마의 메모가 먼저 눈에 띄었다. 내용은 현재 진행되는 인공지능 프로젝트에 관해 요약해 놓은 것이었다. 흐름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인공지능의 정의 그대로 기계의 지능과 역할을 높이는 방법이었고 또 하나는 기계라는 몸 위에 인간의 정신을 업로드하는 방법을 찾는 연구였다. 바로 기계를 이용해 인간이 영생하는 길이었다.

OBS 기술의 핵심은 인간의 몸 안에서 오고 가는 전기화학적 신호와 기계가 사용하는 디지털신호를 탄력 있게 번역하여 주고받는 일이었다. 이 기술이야말로 기계에 인간의 정신을 올려 영원한 삶을 디자인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초석 같은 것이었다. 엄마에게 실현한 기술이 바로 이것의 초기 버전이다. 영생으로 가는 첫 계단. 당연히 기술적 문제 이전에 수많은 윤리적 문제를 헤쳐 나가야 한다. 엄마는 그들에게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줄 비공식적 시금석이었다.

경수는 조용히 파일을 지웠다. 충분히 짐작했던 일이었고 엄마 입장이라도 그리 흥분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엄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집에 들어가 엄마를 볼 일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아니 엄마는 집에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어디건 엄마가 있었다.

이제 모든 정황은 엄마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니 엄마와 겹쳐지고 있었다. 경수는 자신도 모르게 조용히 엄마를 불렀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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