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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집에 들어서자마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현관을 나서는 경수의 등 뒤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꽂혔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귀에 꽂힌 헤드셋은 달리기에 적합한 비트를 가진 음악이 켜졌다. 마을 언덕길을 내려가 천변길로 들어섰다.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한여름 초저녁 공기는 뜨겁고 끈끈했다. 폐로 들어간 공기는 뜨겁게 팽창했다. 점점 속도를 올렸다. 이내 호흡은 폭발 직전으로 차올랐고 허벅지 근육은 찢어질 듯 아파 왔다. 발목도 삐걱거렸다. 헤드셋에서 심장에 펌프질을 하던 음악을 헤치고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가끔은 몸이 대답을 주기도 하지. 엄마잖아. 묻고 싶은 말은 다 물어봐.”
잠시 멈춰 무릎에 상체를 지탱하고 거친 숨을 고르다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뜨겁게 요동치는 경수의 몸이 바로 질문이었다.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간 엄마라고 믿기 힘든 차분한 톤이었다.
“얘, 인생이 뜨겁지? 그건 생명이 원래 뜨거운 것이기 때문이야. 생명이란 끓는 물이 뭉쳐 허공에 떠 있는 일과 같아. 아주 높은 에너지가 만드는 아주 불안한 질서야, 생명이라는 거. 그렇게 한시적으로 허공에 뭉쳐 있는 거지. 그래서 편안한 인생이란 없단다.”
높은 진동수를 가진 잡음이 엄마의 말을 대신했다. 경수는 속도를 줄였다. 길가에 핀 여름 꽃들이 바람 아닌 것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희고 노란 작은 들꽃들이 흔들리면서 허공으로 색이 번지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진동하면서 주변 공간으로 번져 나갔다. 땅이 박동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어두워지는 하늘이 비틀려 주름이 잡히면서 푸른 물이 뚝뚝 떨어졌다.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풍경이 뜨겁게 살아 움직이자 경수는 꼼짝할 수 없었다. 이제 세상이라는 모든 풍경이 하나가 되어 들끓기 시작했다. 살아 있는 것 모두가 뒤죽박죽이 되어 뜨겁게 박동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