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겨운 지리멸렬의 장이 열리니
가벼이 들이마시던 숨은
도시보다 무거운 납덩이 되어
등골을 신이 나게 짓이겼다
헐떡이는 소리가 끊임이 없음에도
모두가 평온해 보이는 오후
그저 나, 이 나의 소리였구나
위태로운 손으로 허공을 헤집다
마침내 부여잡은 너를
나는 기어코 안아야만 했다
우주에 한 개뿐인 산소 분자를 삼키듯이
그렇게 흐른 시간이 고요라는 이름을 얻자
어느덧 너의 몸 위에
권태라는 글자를 새기는 나였음에도
또다시 닥친 모래바람에
온 핏줄 긁히어 비명이 터지니
다시금 너를 갈구하는 비겁함을
뽐내고야 만다 나는
이 뻔뻔한 낯짝 가득 미소를 담고
너라는 지루한 축복을 부른다
한껏 침을 뱉는
그리고 또 다가오는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