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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창승 Mar 12. 2023

낯짝

역겨운 지리멸렬의 장이 열리니

가벼이 들이마시던 숨은

도시보다 무거운 납덩이 되어

등골을 신이 나게 짓이겼다     


헐떡이는 소리가 끊임이 없음에도

모두가 평온해 보이는 오후

그저 나, 이 나의 소리였구나     


위태로운 손으로 허공을 헤집다

마침내 부여잡은 너를

나는 기어코 안아야만 했다

우주에 한 개뿐인 산소 분자를 삼키듯이     


그렇게 흐른 시간이 고요라는 이름을 얻자

어느덧 너의 몸 위에

권태라는 글자를 새기는 나였음에도     


또다시 닥친 모래바람에

온 핏줄 긁히어 비명이 터지니

다시금 너를 갈구하는 비겁함을

뽐내고야 만다 나는     


이 뻔뻔한 낯짝 가득 미소를 담고

너라는 지루한 축복을 부른다     


한껏 침을 뱉는

그리고 또 다가오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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