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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글자

by 문창승

그대의 잎사귀는 무심히

안녕이란 말보다도 앞서

쉬이 노랑을 벗어버린 후였다


손바닥 고이 모은 물방울로

작은 그대의 만개를 그토록

돕고 바라던 나 여전한데


외면해 온 시간의 거센 팔뚝은

우리를 이다지도 거칠게 찢어 내던진 것이다


ㅇ...ㅜ...ㄹ...ㅣ


그대와 나는 부서진 글자처럼

자리를 잃고

서로를 잃고

의미를 잃고


아직 마음 안에 살아있다는

빌어먹을 상투어가 떠오르고야 마는 비극은

그대를 잃은 비극보다 기쁘다


손안에 남은 화사한 향기가 서서히 저물고

창백한 얼굴이 떠오른다

밝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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