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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끝

by 문창승

어떤 끝은 칠흑같이 기뻤다

어지럽던 모든 것을 가라앉혀

제자리에 차분히 정착한 세계가

밤이라는 고요한 숨을 내뱉듯

그토록 그 끝은 다행인 일이었다 나에게


어떤 끝은 하늘처럼 슬펐다

자유로운 척 부유하는 구름들이

머나먼 고향의 흔적 찾아

순백색 발자국을 불안스레 퍼뜨리듯

그토록 그 끝은 서러운 일이었다 나에게


어제의 내가 맞닥뜨린 끝이 어떠한 끝이었는지

오늘의 나는 자꾸만 돌아보면서도

돌아보지 않으려 한다


머지않아 찾아올 또 다른 끝이

연약한 나를 푹 끌어안겠지


그의 팔이

어머니의 것일지도

괴수의 것일지도


꽉 끼는 시간을 신고 하나둘

걸음을 내디뎌본다

보랏빛 미로의 얄궂은 환대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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