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끝은 칠흑같이 기뻤다
어지럽던 모든 것을 가라앉혀
제자리에 차분히 정착한 세계가
밤이라는 고요한 숨을 내뱉듯
그토록 그 끝은 다행인 일이었다 나에게
어떤 끝은 하늘처럼 슬펐다
자유로운 척 부유하는 구름들이
머나먼 고향의 흔적 찾아
순백색 발자국을 불안스레 퍼뜨리듯
그토록 그 끝은 서러운 일이었다 나에게
어제의 내가 맞닥뜨린 끝이 어떠한 끝이었는지
오늘의 나는 자꾸만 돌아보면서도
돌아보지 않으려 한다
머지않아 찾아올 또 다른 끝이
연약한 나를 푹 끌어안겠지
그의 팔이
어머니의 것일지도
괴수의 것일지도
꽉 끼는 시간을 신고 하나둘
걸음을 내디뎌본다
보랏빛 미로의 얄궂은 환대를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