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 아스트라: 비상과 침강

by 문창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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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아들인 로이 맥브라이드는 남들의 시선과 기대를 받는 것에 익숙한, 늘 차분하고 안정된 상태로 평정심을 유지하며 사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 절제된 평온함 이면에 숨어있는 것은 바로, 떠나간 아버지로 인한 분노 그리고 상처이다.


늘 타인의 평가에 맞추어 아버지를 영웅이라 부르고 생각해오던 그이지만, 내면에는 이상 혹을 허상만을 좇으며 평생 가족을 외면했던 아버지를 향한 원망과 슬픔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존경하는 영웅인 아버지를 떠올리며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기 싫어요."라고 읊조리기도 한다. 결국 죽은 줄로만 알았던(그러나 놓지 못하고 있던) 아버지를 향한 이 아들의 여정은 우주를 향한 비상의 SF이자, 심연을 향한 침강의 드라마가 되는 셈이다.


타인들의 시선을 올가미로 여기고 자신의 내면을 늘 숨겨왔던 그가 내면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내려가야만 하는 이 여정에서, 그의 주변 인물들은 필연적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로이는 자신을 향한 모든 시선들을 거두고 흉폭한 유인원의 형상으로 발현된 자신의 분노마저 죽임으로써,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자신의 상처(붉은 핏빛이 사방에서 옥죄는 화성)에 다다른다. 그리고 그 곳에서 한 단계 더 내려가 지하의 물 속을 헤엄친 끝에, 그는 해왕성(바다의 신 'Neptunus'에서 유래한 'Neptune')이라는 심해의 밑바닥에 이른다.


해왕성의 '리마 프로젝트' 기체에서 마침내 로이의 아버지인 클리포드 맥브라이드가 등장하지만, 클리포드가 자신을 찾아온 아들 로이에게 내뱉는 말들은 무정하고 차갑기 그지없다. 하지만 로이는 그 말들을 들으면서도 제법 차분하고 덤덤하다. 이 덤덤함은 그가 지금껏 남들 앞에서 보여온 가장(假裝)의 것과는 다르다. 이것은 아버지가 이런 존재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드러나는, 진실한 수용의 덤덤함이다. 영웅이란 말로 포장하며 애써 외면하고 잊으려 했던 아버지의 진짜 모습들을 결국 마주하고 직시한 로이는 비로소 손을 놓고 그를 떠나보낸다. 그럼에도 이 이별의 기저에 놓인 감정은 원망이 아닌 사랑이다.


로이는 영웅으로서의 아버지를 상징하는 리마 프로젝트의 우주선을 직접 폭파시키며, 그 눈부신 빛의 동력으로 지구를 향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애드 아스트라(Ad Astra; 별을 향하여)'의 '아스트라(Astra; 별)'는 죽음과 무(無)의 별인 해왕성이 아니라 생명과 존재의 별인 지구가 된다.


험난한 여정의 끝에 성공적으로 지구에 도착한 로이는 자신을 구하러 온 군인들의 손을 잡고 미소를 띠며 몸을 일으킨다. 이는 자신을 구하러 온 이들의 손을 잡기 전에 눈을 감아버렸던 오프닝 시퀀스에서의 로이와 명백히 대비되는 부분이다.


충만한 생명과 감정의 장(場)으로서 지구를 바라본다면, 로이 맥브라이드는 이 서사의 끝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지구의 땅을 딛고 일어선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진정으로 자유롭고 평온해진 그에게 남은 것은, 그 평온함의 수면을 주저하지 않고 뒤흔들 수 있는 의지와 사랑이란 약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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