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문창승

어느 날엔가 귀가 너무 더러워져

물로는 씻을 수 없는

악의의 먼지와 무지의 오물이

고막을 틀어막고야 말았다


달팽이관 가득 넘치는

구정물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질주란

처절한 악몽이 하루를 망치는 것만큼이나

쉽고 간단할 것이었다


황급히 인터넷을 켜고 검색해본다.

귀.


손가락 두 마디부터 한 뼘 크기

막 캔 감자색, 적당히 익은 복숭아색, 어린 버드나무 줄기색, 고소하게 로스팅된 과테말라산 원두색

귓불 발달형, 귓바퀴 발달형, 두툼하게 부푼 격투기 선수형

고급 포장된 한 쌍에서부터 대용량 60쌍 세트


무엇을 살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마침내 하나를 장바구니에 담는다

배송기간은 4일


로미오와 줄리엣이 만나고 이별했던,

사랑의 밤하늘 속에 떨다가

그 떨림이 죽음이었음을 깨달은 시간


그 대장정의 찰나만 더 버텨보아야겠다,

귀를 물어뜯는 이 야수들의 세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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