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큰아버지가 폐암 말기 선고를 받고 돌아오는 길은 몹시 추웠다. 함박눈이 내렸고 집 앞 개울물이 꽝꽝 얼었고 바람도 얼어서 볼을 스치는 것이 칼날 같았다. 그 무엇 보다도 큰아버지 표정이 단단히 굳었었다.
중풍기가 있는 아내의 수발은 생각지도 못한 큰아버지는 퉁퉁 부은 다리를 질질 끌며 요강까지 가서 볼일을 봤다. 나는 그런 큰아버지를 돕지 못해 안절부절 해 있다가 뭐라도 도움을 주려면 손사래를 치며 얹잖아 해서 그만 두기를 쭈뼛쭈뼛했었다.
큰아버지는 아내에게마저도 당신의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 앙상하던 종아리가 내 허벅지보다 더 두꺼워져서 걷는 것이 아니라 끌고 다니는 것 같은 몸뚱이를 큰아버지는 헐렁한 한복 바지에 감추고 자존심으로 동여맸다. 당신이 볼일을 본 분비물을 큰어머니가 치우려 하면 소리소리 지르며 욕까지 퍼 붰다.
나는 결국 모든 상황을 모른 척 외면해야 하는 것이 큰아버지의 자존심을 지켜드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후로 요강만 보면 그때 큰아버지의 그 두꺼운 다리가 눈에 보여 마음이 아프다.
큰아버지의 자존심을 굳건히 지킨 요강단지는 큰아버지와 함께 이듬해 봄이 오기 전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