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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칠리아정 Aug 20. 2023

사람책, 사람별

북두칠성 +1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시조전문 잡지에 ‘게릴라 톡 인터뷰’라는 꼭지를 맡게 되어 2년 간 연재를 했었습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여덟명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가 걸어 온 삶을 듣고 공감하고 감탄하면서 사람이 귀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를 온 마을이 함께 했던 그 옛날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그랬지만 인터뷰를 마치고 원고 작업을 하면서 한 사람이 성장하고 어떤 일을 이루기까지 그 곁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으로부터 용기를 얻고 사람으로부터 칭찬을 받고 사람으로부터 힘을 얻고. 그럼으로써 ‘내’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그러니 결국 사람이 답입니다.  

   

지금 우리는 또 다른 환경과 시대에서 사람을 이야기하고 사람을 만들어 가는 주인공들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나 자신도 함께 커가는 일이겠죠.     

우리는 모두 북두칠성입니다.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성군(星群). 그래서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고 길이 되어주는 존재.      

그런 사람책, 사람별입니다.     




작년 가을 진주 땅끝 마을에 입주 작가로 들어갔었습니다. 그때 이 원고를 들고 갔었죠. 원고를 정리하고 다시 읽으면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다시금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귀한 사람들을 내가 만났구나... 하면서 말이죠.




책을 내기로 하고 제목이 고민되었습니다. 고민은 언제고 뜻하지 않은 곳에서 해답을 줍니다. 출판을 준비하면서 내가 본 것이라곤 원고와 하늘뿐입니다. 원고를 보다가 지치면 하늘을 보고, 하늘을 보고 위안이 되면 원고를 찾고, 다시 하늘을 보고…. 그렇게 어느 날도 원고에 지친 나는 하늘을 찾았고, 그날 밤 만난 하늘은 참 맑게 빛났습니다. 나는 어린 때로 돌아간 듯 별들 이름을 불러보았습니다.

카시오페이아, 작은곰자리, 큰곰자리.... 아니 북두칠성.

그렇게 북두칠성이 내게 왔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이 책 제목을 ‘북두칠성’이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이 모두 북두칠성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 가는 길이 고민될 때 찾으면 해답을 들고 있을 것 같은.  

   

그런데 북두칠성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북두칠성이 사실은 일곱 개의 별이 아니라 여덟 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다는군요.

‘알카이드, 미자르, 알리오즈, 메그래즈, 페크다, 메라크, 두베’가 우리가 지금까지 봐 왔던 북두칠성입니다. 그런데 ‘미자르’ 옆에 아주 작은 별 하나가 가까이 붙어 있는데 이 별 이름이 ‘알호르’라고 한답니다. 북두칠성을 이루는 별 중 하나라고 천문학에서도 말합니다. 그러니 북두칠성은 여덟 개의 별인거죠. 물론 그 주변에 가루별들도 무수히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또렷하게 제 이름을 갖고 있는 북두칠성은 위의 여덟 개의 별들이랍니다.      


뜻밖의 수확이었습니다. 책 속의 주인공도 여덟명, 북두칠성도 여덟 개의 별. 사실 여덟 개의 별이라는 것보다 더 기뻤던 건 이 책 속의 주인공들 모두가 북두칠성을 닮았다는 겁니다. 어떤 길을 가고자 하는 많은 사람에게 잘 써진 지침서 같은 책, 바로 사람책 말입니다.     




그래서 저도 오늘 저라는 책을 완성하기 위해서 하루를 집필합니다. 생이 다하는 어느 날 저도 어느 누군가에게 북두칠성이 되어 줄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말입니다.          



  


이 책이 출간 되고 이 책 속 주인공 중 한 분이신, 문학의 큰 스승이셨던 최승범 선생님께서 하늘의 별이 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당시에도 연로하셨지만 선생님의 소식은 제겐 충격이었습니다. 사실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마음에 더 그랬습니다. 책이 나오면 제가 직접 찾아 뵙겠다고 했었거든요. 그 약속을 지키기도 전에 하늘에 별이 되신 선생님께 더 빨리 출간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선생님의 별이 오늘밤 제 서재 위에서 반짝이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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