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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칠리아정 Aug 21. 2023

가을 닮은 햇살

산미맛 커피가 그리운

고요한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침이 고요하다는 건 평온에 가깝다는 것, 다행입니다.

몸으로 찾아든 새벽빛에 개운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해가 많이 순해졌습니다. 발코니창으로 들어오는 바람도 제법 선선합니다. 새벽이 반갑게 느껴지는 것이 가을이 기다려지네요. 사람 마음이란 참 알 수 없이 바장거립니다. 현재에 만족 보다 미래에 기대는 일이 더 많은 것을 보면 말입니다. 이런 사람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자연은 벌써 이만치 와서 가을을 예고합니다.




오늘은 병원 가는 날입니다. 무슨 큰병이 있어서는 아니고요 올초에 쓰러지고 나서는 겁이 많아졌습니다. 하는 일이라곤 서재에 앉아 종일 책 보는 일밖에 없었는데 만성피로 비슷한 증상이 있어 병원에 갔더니 비타민D가 부족하다는군요. 그래서 주사를 맞기로 한 날입니다. 의사는 젊은 사람들도 그렇게 공부하면 쓰러진다며 나이 먹어서 그러면 큰일 나니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걷기 운동을 권했었는데 그마저도 못하고 사는 제 게으름이 이렇게 됐네요. 이렇게 말하니 제가 무슨 엄청나게 공부만 하는 사람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비타민D 주사도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습니다. 영양제를 먹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주사로 한방에 끝낼 수 있다니, 세상이 참 살기 좋긴 합니다.




갑자기 케냐산 커피가 마시고 싶습니다. 병원 다녀오는 길에 옛 단골 카페에 들러 사 와야겠습니다. 산미맛이 풍요로운 커피로요.

내 입맛을 잘 아는 카페 사장님은 아마 묻지도 않고 산미맛  커피를 내려 주겠지요.


미리 안다는 건 '배려'라는 생각이 듭니다.

배려는 마음의 틈이라는 생각도 곁들입니다.

오늘은 그런 생각과 더불어 제 마음에 틈을 좀 내보겠습니다. 가을 닮은 햇살이 그 틈으로 내려앉게.


배려 있는 사람, 자연을 닮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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