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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칠리아정 Sep 06. 2023

마당 넓은 집 2

내게 소중한 것들

옛집 마당은 참 넓었다. 진돗개 닮은 개도 키우고 매일 아침 따뜻한 알을 낳아주는 닭도 키웠다. 부엌 쪽엔 작은 화단이 있었고 돌담 아래쪽엔 작은 텃밭도 있었다.

낮엔 햇살이 한가득 채웠고 밤엔 달빛과 별빛들이 햇살보다 풍성하게 내려왔는데 그 모든 걸 다 담고도 평상에 내 자리를 남겨둘 정도로 넓었다.


처음엔 나도 우리 집 마당이 넓은 줄을 알지 못했다.   내가 우리 집 마당을 자세히 보게 된 것은 어느 날 짜장면이 먹고 싶어 중국집에 전화를 한 날이었다.


"시내에서 한 10분 정도 들어오면 큰 다리가 있어요. 그 다리 끝에서 우회전하셔서 슈퍼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좁은 길이 있는데 그 길 들어오면서 라일락꽃나무가 있는 집이에요" 했더니, 배달원 대답은 너무 간단했다.


"아ㅡ,  마당 넓은 집 이요?"


이 말이 내가 알지 못한 것을 알려 준 듯 신기하기도 했고 나의 긴 설명이 무색하기도 했으나 마음에는 듣기 좋았다.


전화를 끊고 대청마루에 나가 마당을 내려다봤다.

'정말 넓구나! 이렇게 품 넓은 마당을 내가 몰라 봤구나.'


그때부터 나는 음식 배달 시킬 때뿐만 아니라 우리 집을 찾는 손님들에게도 동네 이름에 '마당 넓은 집'이라고만 하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만 설명해도 집을 잘 찾아다. 나는 '라일락꽃나무가 있는 집'이라는 설명을 할 필요가 없게 된 것에 조금 서운했지만 덕분에 '마당 넓은 집'을 얻게 되어 괜찮았다.


많은 날들 속에서 내가 가까이에 두고도 못 보고 놓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화려함에 마음 뺏기지 않으려고 한다. 우직하고 묵묵하게 내 곁을 지키는 것들에 눈길을 두려고 한다.


마당 넓은 집을 알게 된 이후부터다.


 2017년. 내게 소중한 것들. 체칠리아정

사진은 자하문을 걷다가 만난 맘에드는 한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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