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일장이 열리는 날, 순자 씨는 이곳 오랜 단골 소비자다. 동네가 도시화가 되면서 주변에 대형 마트가 몇 개 들어서기도 했지만 순자 씨는 여전히 5일장을 이용한다.
처음엔 집에만 있기 답답하여 장구경라도 할까 하는 마음에 외출 삼아 나왔던 것이 이제는 장날만 되면 으레 백팩을 메고 외출을 한다.
순자 씨는 큰 수술을 몇 번 했다. 복막염수술, 척추수술, 위천공수술. 큰 수술은 이 정도고 그 외 작은 수술도 여러 차례 했다. 가장 최근에 위천공으로 위적출수술을 하고 나서는 위가 많이 작아져 먹는 것에 신경을 써야 했다. 먹고 싶다고 다 먹을 수도 없고 먹었다 해도 소화하는데 무리가 따랐다. 병원에서는 조금씩 자주 먹으라고 했다. 그리고 고단백을 추천했고 그중 단백음료를 추천했다. 딸이 한 달치 뉴케어(어르신 단백음료)를 몇 번에 걸쳐 사 줬는데 순자 씨는 딸에게 신세 지는 것 같아 이젠 질려서 못 먹겠다는 핑계를 댔다. 딸은 그런 순자 씨의 속마음을 알았지만 진짜 질릴 수도 있었겠다 싶어 음료 대신 다른 것으로 바꿔 보았다. 언젠가 진도에 글 쓰러 내려갔다가 그곳 읍내 식당에서 먹게 된 콩죽이 생각났다. 딸은 식당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말하고 콩죽을 주문했다. 다행이 순자 씨는 그 콩죽이 입에 맞았다. 다른 죽은 맛이 없어 못 먹겠는데 콩죽은 입에도 맞았고 먹고 나서 속도 편했다. 그래서 딸은 콩죽이 떨어질 쯤 주문하기를 몇 번 했다. 순자 씨는 이번에도 딸에게 미안했던지 그만 시키라고 했다. 그런 중에 장날에 구경 나왔다가 콩국을 파는 집을 알게 되었다. 순자 씨는 콩국수도 좋아하고 그냥 마시기도 괜찮을 듯하여 장날만 되면 1.5L짜리 콩국물 두 병을 사 와서 음료 대신 먹기도 하고 콩국수를 해 먹기도 했다. 그래 그런지 속도 좋아진 것 같고 살도 좀 붙은 것 같고 그렇다. 딸은 콩국물을 사다가 콩죽을 쑤겠다고 했다. 진도 그 식당 사장에게 방법을 묻고 전달받은 대로 해 볼 참이었다. 이번 추석이 콩국물 마지막 판매라고 하여 따라 나온 것이다.
순자 씨와 딸은 묵밥을 다 먹고 콩국물 파는 가게로 가서 1.5L짜리 10병을 사 왔다. 얼렸다가 두 병 씩 꺼내 죽을 쑬 계획이다. 사 오자마자 한 병으로 찹쌀을 넣고 콩죽을 쒔는 데 성공했다. 그때 그 식당에서 주문해 먹은 맛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말 고소하고 맛있었다. 죽을 쑤는 방법도 레시피랄 것도 없이 간단했다. 이렇게라도 순자 씨의 입맛에 맞는 간식을 해 줄 수 있어서 딸은 기쁘다.
덧말)
- 콩죽 레시피
콩물 1.5L와 참쌀가루(100%)를 반죽하듯 섞는다. 묽게 섞어야 한다.
센 불로 저으면서 끓여 준다. 용암처럼 뜨거운 열기가 볼록볼록 터져 나오면 불을 끄고 뜸을 들인다. 1인용 햇반용기(전자레인지용)에 담는다. (^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