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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칠리아정 Oct 12. 2023

10월 0시의 색깔

투명을 가장한 갈색 언어

여름 내 들떠 불던 바람이 오늘은 낮게 붑니다. 더불어 낮아진 생각이 묵직해집니다. 생각은 마음에 가 닿아 있어서 형체도 없이 세상 무겁습니다. 냄새도 색깔도 모양도 없는 것이 여러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여러 언어들로 달그락 거렸다가 다시 침묵 속으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오늘 마음은 투명을 가장한 갈색의 언어들로 똘똘 뭉쳐서 가슴 언저리를 서성이고 있는데 표정은 없습니다. 수도 없는 회로들로 뇌 속을 광속으로 돌면서도 정체를 숨기는 것은 바람 탓이 아닐 것입니다.


아, 바람이 낮게 불어 마음이 묵직했던 것이 아니라 마음이 묵직해서 바람이 낮게 불었던 것입니다.


- 2017. 10. 11. 체칠리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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