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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칠리아정 Nov 08. 2023

인내심이 없어서 우울증을 이겨냈습니다

단점도 장점일 수 있다는 것

1.

아버지는 내가 참을성이 부족해 항상 걱정이라고 걱정에 걱정을 하셨습니다.

사실 나는 내가 참을성이 없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하도 걱정을 하시니 그런가 보다 했었습니다.

그러다 내가 그런 나를 알아차리게 됐는데 직장 생활을 진득이 못 한다거나 몸이 아플 때 엄살이라고 할 정도로 통증을 호소한다거나 마음 불편한 걸 못 참고 따진다거나 등등 일 때였습니다.


이런 나의 단점이 어느 순간 장점이 되기 시작했는데요,

우선 직장 관련은 수차례 옮기면서 나를 알아봐 준 좋은 회사를 만나게 되었고, 사람 관계는 나이를 먹으면서 저절로 나아졌고요, 또 안 좋더라도 굳이 좋으려고 애쓰지 않게 되는 여유도 생겼으니 좋고 나쁨 없이 퉁치면 되겠고요, 무엇보다도 몸이 아픈 것이 문젠데요, 이건 정말 못 참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아픈 것에 인내심을 끌어다 쓰긴 아깝거든요.


2.

한 때 조그만 사업을 하다가 사업이 주춤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 우울증이 찾아왔었습니다. 마음에 늘 비가 내렸고 눅눅했고 그래서 무거웠고 엎친데 겹친다고 갑상선항진증까지 왔었습니다. 그땐 세상 걱정이 온통 내게로만 집중된 것 같았고 평생 동안 흘릴 눈물이 이때 다 쏟아져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느낌으로는 몇 년을 앓은 것 같은데 실제 기간을 따져보니 한 달 도 안 되더라고요. 역시 마음 아픈 것에도 인내심이 부족해서 빨리 털어내야 했어요. 오래 아픈 건 정말 힘들거든요.


아픈 것에 인내심을 끌어다 쓰긴 아깝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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