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디스의 대장간에서 (1)
"리디아인들은 우리가 아는 한 금과 은으로 주화를 주조한 최초의 민족이며, 또한 최초의 소매상인이기도 했다." — 헤로도토스, 『역사』
이천오백 년이 흘렀어.
그 사이에 나는 열일곱 번 태어나고 열일곱 번 죽었어. 바빌론에서 직물을 짜다가, 앗시리아에서 아이를 낳다가, 페르시아 국경에서 밀을 빻다가. 죽음은 매번 달랐지만 기억은 하나로 이어졌어. 신전 창고에서 본 점토판. 갈대 펜을 쥔 손. "기록하는 자가 지배한다"고 말했던 그 서기관의 눈.
리디아에서 다시 태어났을 때, 나는 대장장이의 딸이었어.
사르디스. 팍톨로스 강이 도시를 가르는 곳. 사람들은 그 강에서 사금을 건졌어. 강바닥에서 햇빛이 반짝일 때마다 누군가의 운명이 바뀌었지. 하지만 진짜 운명이 바뀌는 곳은 강이 아니었어. 왕궁 옆 대장간이었어.
아버지는 평생 농기구를 만들었어. 괭이, 낫, 쟁기날. 그의 손은 불에 그을려 검었고, 그의 등은 모루 앞에서 굽었어. 하지만 어느 날 왕궁에서 명령이 내려왔어.
"금과 은을 가져오너라. 왕께서 새로운 것을 만드시려 한다."
크로이소스.
그 이름을 들으면 사람들은 부를 떠올려. '크로이소스만큼 부자'라는 말이 아직도 남아 있잖아.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크로이소스는 부자가 아니었어. 발명가였어. 그는 부를 만드는 방법을 발명한 거야.
아버지는 대장간에서 이상한 물건을 만들기 시작했어. 작고 둥근 금속 조각. 한쪽에는 사자 머리가 새겨지고, 다른 쪽에는 숫자가 찍혔어. 나는 그것을 처음 봤을 때 장신구인 줄 알았어.
"이건 뭐예요?"
아버지가 대답했어.
"왕의 약속이란다."
약속. 그 단어를 들었을 때 나는 신전 창고를 떠올렸어. 닌안나였던 시절. 보리 이삭이 그려진 점토판. 빚의 기록. 하지만 이건 달랐어. 점토판은 두 사람 사이의 약속이었어. 이 금속 조각은—
"누구와 누구의 약속이에요?"
아버지는 고개를 저었어.
"왕과 모두의 약속이지."
모두. 그 말이 이상했어. 왕이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 왕이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 그들 모두와 약속을 한다고? 어떻게?
답은 간단했어. 도장이었어.
왕의 도장이 찍히면, 그 금속 조각은 가치를 가졌어. 왕의 도장이 없으면, 그건 그냥 금 덩어리였어. 금 덩어리도 가치가 있긴 해. 하지만 금 덩어리는 무게를 재야 하고, 순도를 확인해야 하고, 매번 흥정을 해야 해. 왕의 도장이 찍힌 금속 조각은 그럴 필요가 없었어. 사자 머리가 모든 걸 보증했으니까.
편리했어. 정말 편리했어.
시장에서 생선을 살 때 보리 자루를 끌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어. 주머니에 금속 조각 몇 개만 넣으면 됐어. 외국 상인과 거래할 때도 마찬가지였어. 그리스인도, 페르시아인도, 이집트인도 사자 머리를 알아봤어. 왕의 약속은 국경을 넘었어.
하지만 나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
아버지가 만드는 금속 조각. 처음에는 금이 순수했어. 그 다음에는 열 중 아홉이 금이고 하나가 은이었어. 그런데 어느 날부터 비율이 바뀌었어. 여덟과 둘. 그다음에는 일곱과 셋.
"아버지, 왜 금을 줄여요?"
아버지는 대답하지 않았어. 대신 왕궁 쪽을 힐끗 쳐다봤어. 그의 눈에 두려움이 있었어.
나는 시장에 가서 확인했어. 작년에 생선 한 마리가 동전 두 닢이었어. 올해는 세 닢이었어. 생선이 달라진 건 아니었어. 동전이 달라진 거야. 하지만 시장 사람들은 몰랐어. 그들은 그냥 "물가가 올랐다"고 말했어.
물가가 오른 게 아니야. 돈의 가치가 내려간 거야.
그제야 나는 이해했어.
점토판에 새긴 빚은 두 사람 사이의 문제였어. 루갈이 바드티비라에게 보리 삼십 구르를 빚지면, 그건 루갈과 바드티비라만의 일이야. 하지만 왕의 동전은 달랐어. 왕이 동전의 금을 줄이면, 그 동전을 가진 모든 사람이 가난해졌어. 동시에. 알지도 못한 채.
"왕은 세금을 걷지 않고도 걷는 거구나."
내가 혼잣말로 중얼거렸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어.
"정확해요."
돌아봤어. 남자가 서 있었어. 상인처럼 차려입었지만 상인의 눈이 아니었어. 시간을 담고 있는 눈. 이천오백 년 전 신전 창고에서 본 눈.
"당신—"
그가 미소 지었어. 수메르에서처럼. 바빌론에서처럼. 앗시리아에서처럼. 나는 그를 열일곱 번의 삶 동안 다섯 번 더 만났어. 그는 늙지 않았어. 이름만 바뀌었지.
"지금은 리시마쿠스라고 불러요. 왕의 재무 고문이에요."
"당신이 금을 줄이라고 한 거야?"
그는 어깨를 으쓱했어.
"돈을 만드는 권리. 그걸 주조권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왕은 자기가 힘을 가졌다고 생각하죠. 전쟁에서 이기니까. 영토를 넓히니까. 하지만 진짜 힘은 이거예요."
그가 손바닥에 동전 하나를 올렸어.
"이 작은 금속 조각을 누가 만드느냐. 그게 진짜 힘이에요. 크로이소스는 내년에 페르시아와 전쟁을 할 거예요. 델포이 신탁은 '강을 건너면 큰 나라가 망한다'고 했죠. 왕은 자기가 이길 거라고 믿어요. 하지만 망하는 건 페르시아가 아니라 리디아예요."
"당신이 그렇게 만드는 거야?"
"아니요. 나는 그냥 지켜볼 뿐이에요. 권력은 스스로 자신을 파괴해요. 내가 할 일은 다음 권력에게 같은 도구를 넘겨주는 것뿐이에요. 동전. 빚. 기록. 도구는 변하지 않아요. 손에 쥐는 자만 바뀌죠."
나는 그의 손에서 동전을 빼앗았어. 사자 머리. 왕의 약속. 모두에게 한 약속.
"이 약속은 거짓말이야."
그가 고개를 끄덕였어.
"모든 약속이 그래요. 중요한 건 거짓말을 믿게 만드는 힘이에요. 점토판일 때는 신전이 그 힘이었죠. 동전일 때는 왕이에요. 다음에는 뭘까요? 재밌지 않아요?"
나는 동전을 강에 던졌어. 팍톨로스 강. 사금이 반짝이는 강. 동전은 물속으로 가라앉았어.
"다음에 만나면 물어볼 거야. 당신이 무엇인지."
그는 웃었어.
"그때까지 살아남으면요."
그는 살아남아야 하는 게 나인지 자신인지는 말하지 않았어.
크로이소스는 이듬해 페르시아에게 졌어. 리디아는 멸망했어. 하지만 동전은 살아남았어. 페르시아는 리디아의 주조 기술을 가져갔어. 다레이오스 금화가 만들어졌어. 알렉산드로스 은화가 만들어졌어. 로마 데나리우스가 만들어졌어.
돈을 만드는 권리.
5천 년 동안 그 권리를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했어. 신전에서 왕에게로. 왕에서 제국으로. 제국에서— 어디로?
재인아, 네 주머니에 있는 카드 있잖아. 그 카드로 커피를 사면 숫자가 움직여. 은행에서 네 계좌로, 커피숍 계좌로. 그 숫자를 누가 만들었을까? 중앙은행? 정부? 아니야. 은행이야. 민간 은행. 네가 대출받을 때 은행이 숫자를 만들어. 없던 돈이 생겨. 마법처럼.
크로이소스의 동전은 적어도 금이 들어 있었어. 지금 돈은 숫자뿐이야.
주조권은 이제 누가 가졌을까?
그걸 말해주려고 이 이야기를 시작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