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왕의 도장이 찍힌 금속 (2)

사르디스의 대장간에서 (2)

by 이재인

제3장. 왕의 도장이 찍힌 금속 — 사르디스의 대장간에서 (2)




페르시아가 리디아를 삼켰을 때, 나는 스물셋이었어.


사르디스가 불탔어. 아버지의 대장간도 잿더미가 됐어. 하지만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 페르시아 병사들이 대장간 터를 뒤졌어. 괭이나 낫을 찾은 게 아니야. 주조 틀을 찾았어. 동전을 찍어내는 거푸집.

정복자들은 금을 가져갔어. 은도 가져갔어. 하지만 가장 탐낸 건 기술이었어.


다레이오스 대왕이 즉위했을 때, 나는 페르시아 궁정의 하녀가 되어 있었어. 포로로 끌려온 리디아인 중 하나. 대왕은 리디아의 주조공들을 모았어. 아버지의 제자들도 있었어. 그들에게 명령했어.


"내 얼굴을 새겨라."

다레이오스 금화. 다릭. 역사책에서 본 적 있지? 활을 든 왕의 모습이 새겨진 금화. 그게 이렇게 만들어진 거야.

나는 주조소 근처에서 일했어. 물을 길어 나르고, 재를 치우고. 하지만 눈은 열려 있었어. 크로이소스의 동전과 다릭의 차이를 보았어.


크로이소스는 순금과 순은을 따로 주조했어. 금화는 금화, 은화는 은화. 하지만 다레이오스는 달랐어. 금화는 왕만 가졌어. 은화는 귀족이 가졌어. 그리고 평민에게는 동화를 주었어.

계층이 생긴 거야. 돈의 계층.


왕의 명령 하나로 금화 하나가 은화 스무 닢과 같아졌어. 은화 하나는 동화 열 닢. 비율은 왕이 정했어. 금과 은의 실제 가치와는 상관없이. 왕이 "이것이 가치다"라고 선언하면, 그게 가치가 됐어.


그걸 "법정 통화"라고 부르더라. 왕의 법이 정한 돈.


나는 거기서 두 번째 진실을 배웠어.


첫 번째 진실은 사르디스에서 배웠지. 돈을 만드는 자가 보이지 않게 모두에게서 빼앗는다는 것.

두 번째 진실은 페르시아에서 배웠어. 돈의 가치는 금속에 있는 게 아니라 권력에 있다는 것.


금이 귀한 건 희소하기 때문이야. 맞아. 하지만 금화가 은화 스무 닢인 건 희소성 때문이 아니야.

왕이 그렇게 정했기 때문이야. 내일 왕이 "열 닢"이라고 하면, 그게 가치가 돼. 금은 변하지 않았는데 가치는 반으로 줄어. 누가 손해를 볼까? 금화를 가진 자. 누가 이득을 볼까? 왕.


권력이 가치를 정해.


이 진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리시마쿠스를 다시 만났어. 이번에는 페르시아식 이름을 쓰고 있었어. 미트라다테스. 대왕의 재무관.


"리디아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내가 물었어. 그가 크로이소스에게 금을 줄이라고 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아무 일도요. 왕은 스스로 선택했어요. 나는 선택지를 보여줬을 뿐이에요."

"그래서 리디아가 망했잖아."

"리디아가 망한 건 전쟁 때문이에요. 동전 때문이 아니에요."


그는 틀리지 않았어. 하지만 맞지도 않았어.


크로이소스는 전쟁 비용이 필요했어. 동전의 금을 줄여서 더 많은 동전을 만들었어. 병사를 고용하고, 무기를 샀어. 하지만 상인들은 눈치챘어. 동전을 받으면 무게를 쟀어. 순도를 의심했어. 리디아 동전의 신뢰가 무너졌어.


페르시아 상인들은 다릭으로 거래했어. 다릭은 순도가 일정했어. 적어도 그때는. 리디아 상인들도 다릭을 선호하기 시작했어. 자기 나라 동전보다 적국의 동전을.

전쟁 전에 이미 리디아는 경제적으로 패배했어.


"당신은 다레이오스에게도 똑같이 할 거야?"

미트라다테스가 웃었어.

"똑같이? 아니요. 더 정교하게요. 크로이소스는 서둘렀어요. 금을 너무 빨리 줄였죠. 다레이오스는 천천히 할 거예요. 세대가 바뀔 만큼 천천히. 아버지가 쓴 동전과 아들이 쓰는 동전이 다르다는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왜 그런 짓을 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요. 전쟁, 토목, 궁정. 모두 돈이 들어요. 세금을 걷으면 백성이 반발해요. 하지만 돈의 가치를 조금씩 낮추면? 아무도 몰라요. 아무도 반발하지 않아요. 완벽한 세금이에요."

보이지 않는 세금.

나는 그 말을 마음에 새겼어.


"당신은 어느 편이야?"

"편이요?"

"왕 편이야, 백성 편이야?"


그가 한참을 침묵했어. 그러다가 말했어.

"나는 시스템의 편이에요. 시스템은 왕보다 오래 살아요. 백성보다 오래 살고요. 크로이소스는 죽었지만 동전은 살아남았죠. 다레이오스도 죽을 거예요. 하지만 화폐 시스템은 살아남을 거예요. 나는 그 시스템을 지키는 사람이에요."


"시스템이 사람을 착취하는데?"

"착취가 아니에요. 교환이에요. 사람들은 편리함을 얻어요. 보리 자루 대신 동전 몇 개. 신뢰를 얻어요. 모르는 사람과도 거래할 수 있잖아요. 그 대가로 작은 것을 지불하는 거예요. 아주 작아서 눈치채지 못할 만큼."

그의 논리는 완벽했어. 하지만 뭔가 빠져 있었어.


"대가를 지불할지 말지, 선택권이 없잖아."


그가 눈을 깜빡였어.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

"선택권이요?"


"동전을 안 쓰면 살 수 없어. 세금도 동전으로 내야 해. 선택권이 없는 거래는 거래가 아니야. 강제야."

그가 오래 나를 바라봤어. 그의 눈에 뭔가가 스쳤어. 흥미? 경계? 아니면 두려움?


"당신, 흥미롭군요."

그가 말했어.

"다음 생에서 또 만나요. 그때까지 그 질문을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