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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tryvirus Mar 03. 2020

신작시 / 「코로나」

시시하고이상한詩공간

코로나  /  오성인



병이 돈다


큰길부터 작은 골목까지 두루 다니며 울려 퍼지는

돌림노래처럼 친숙한 이들부터 생소한 이들까지


감염된다


병은 박쥐를 먹은 사람들에게서 시작되었다 박쥐가

병마에 시달리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박쥐의 맛과 질감과 영양과

박쥐를 섭취함으로써 일어나는 몸의

변화가 궁금한 사람들이


박쥐보다 참혹한 병에 걸린다 박쥐의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박쥐는

참혹하지 않지만


병은 또 다른 병을 깨운다 그것은

박쥐에게 전파되지 않았는데


누군가 기침을 하자 사전에 약속이라도 했었던 듯

시선들이 일제히 벽이 된다 격리된 그가 몸부림치다

제압된다 그와 같은 동네에 살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피부색이 같으며 동일한 풍속을 지닌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손과 발이 묶이고 코와 입이 막힌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병을 낳고 키운다

형체와 색깔과 냄새가 없으므로 병은

자취를 남기지 않고 움직인다


모두가 병이 되고 있다


입에 피가 묻은 채 병에 걸린 세상과 사람들을

박쥐가 바라보고 있다




- 계간 『영화가 있는 문학의 오늘』 2020년 봄호 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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