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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 쓰는 과학자 Oct 29. 2024

42.195km를 뛴 내 몸에서 만든 소금의 의미

러닝 독학 초보가 42.195km를 뛰고 얻은 깨달음


2023. 3월 21일


 1km를 겨우 걷고 뛰던 러닝 초보였다.


그리고


 2024.10월 27일


나는 풀 마라톤에 도전하기 위해

요코하마에 도착했다.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

나는 단지 달리기 연습뿐만 아니라,

 나의 몸과 마음을 철저히 준비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무엇을 먹고,

어떻게 수분을 섭취하며,

어떤 식으로 내 몸을 관리해야 할지


올 한 해 내내

많은 고민과 공부를 했고

일상의 시간들을 잘라


나를 매일 철저하게

훈련시켰다.



마라톤 당일도 철저한 준비와 계획 아래 맞이했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라톤은

예상보다 훨씬 더 고독하고 힘든 여정이었다.


41km 지점에 다다랐을 때,


 나는 지쳐 있었다.


온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무조건 정지!!!


를 소리 높여 외치고 있었다.



나는 애써 온몸의 항의를 외면하고 있었지만


정신은 흐려져 가며

모든 감각이 내 것이 아닌 듯

 흐트러져 갔다.


100미터 200미터 간격으로

촘촘하게분포해 있는

응급 구조요원과 간호사 의사들 자원봉사들이

언제라도 포기를 외치면

친절하게 도와줄 터였다.


내 몸은 격렬하게 포기를 외치며

그들의 준비된 도움에

파고들어 하려 했다.


 그때 여태 달리는 동안

만질 여유도 없었던

 얼굴에 묻은 땀을 닦으려

무의식적으로

손을 댄 순간


뭔가가 쓸리는 느낌이 들었다.


흙인가..?

 싶었지만,


공기는 드문드문 내려준 비 덕분에

쾌청했다.


이내 깨달았다.


"아.... 이건.. 내 몸에서 만들어진 소금이구나."



마라톤을 뛰는 동안

 내 몸이 땀을 흘리고


그 땀 속의 염분이 얼굴과 피부에 쌓여

소금이 만들어진 것이다.


대회장에는 나와 같은 도전을 한 사람들 외에도

자원봉사자와 의료진이 함께 실제로

러너로서 마라톤을 뛰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표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등번호 대신 러너 간호사,

러너 닥터라는 배번을 달고


 힘겹게 타인을 위해 달리고 있었다.



간호사나 의사로서 응급 상황에 대비하며,

혹시라도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면

도움을 주기 위해 준비된 그들의 모습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동시에

 내 몸의 안위와 내 완주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며

 달리는  자신을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었다.


41km를 뛰며 나 자신을 극복하고,

 내 몸이 소금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나 또한 마라톤을 통해 나 자신을 극복하고,

타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소금 같은 존재가 된 것은 아닐까.


마치 내가 나 자신을 뛰어넘으며,

세상에 소금처럼

필요한 사람이 되는 힘을 얻은 것과 같았다.


 그들이 보여준 헌신은,

내가 마라톤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같은 맥락에 있었다.




「한 번 소금을 만들어낸 사람은

계속 소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마라톤에서 한계를 뛰어넘은 사람들은

 단지 자신의 성취에 만족하지 않고,

타인을 위해 헌신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


함께 뛴 의사와 간호사 러너처럼.


그리고 7시간이 넘게 한자리에서

비바람과 강렬한 햇빛에도 힘겹게 응원을 하던 자원봉사자들도,



100- 200 미터마다 대기하던 응급 구조 요원들도,

 20군데가 넘는 급수대에서 고사리손으로 물컵을 준비하며 목이 터져라 힘내라 응원한 아이들도.


아무런 사심 없이

진심을 다해

파스 스프레이 탈수방지 사탕, 등을 준비하고


응원도구를 준비하고

길거리에서 혹시나 지쳐 쓰러질

러너들을 응원해 준 시민들도.


모두 다


보석처럼 빛나는 소금들이었다.



 나 자신을 뛰어넘으며

 얻은 스스로 만들어낸,

소금을 통해,


나도 이제 그들과 같은 존재가 되어,

타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삶을


내가 할 수 있는 글쓰기로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겠다는

그래야만 한다는


희망이자 꿈이 생겼다.


2024.10.27.

시 쓰는 과학자 인생 첫 운동회

마라톤 42.195 km를 완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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