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친구 하기
내가 타인을 안다는 것
남편과 처음 만났던 때가 생각이 난다. 2003년 겨울이었다. 190cm의 큰 키에 운동할 때의 모습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무엇을 물어보았을 때 서울말씨로 나긋나긋하게 알려주는 모습에 남편이 갈수록 좋아졌다. 모든 모습이 멋져 보이던 시기였다. 사귀기 시작하면서 단점도 보이기 시작했다. 의외로 냉정한 면도 있었고 무심한 면도 있었다. 나와 잘 맞는 면도 있었고 서로 다른 부분도 많았다. 결혼하면서는 남편의 정말 사소한 것까지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 결혼 17년 차인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남편을 사랑한다. 장점과 단점을 다 알고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기 때문에 나는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보다 제대로 사랑한다고 느끼고 있다.
이렇게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그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알아가고 이를 포용하면서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한 부분이 아닌 그 사람의 성격, 취향과 취미 등등 여러 모습을 알아갈수록 그 사람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을 모르면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 어제 본 친구가 나를 사랑한다고 하면 과연 믿을 수 있겠는가?
내가 나를 알고 알아차린다는 것
남도 이렇게 알아가는데 나에 대해서는 나는 잘 알고 있을까?
글 읽기를 잠깐 멈추고 나란 사람에 대해 설명해 볼까? 사회가 나에게 주어진 이름과 직업, 여러 역할들 빼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어떨 때 행복하고 기쁜지, 나는 언제 슬픈지, 언제 화가 나는지로 표현해 보자.
내가 진짜 누구인지 알아야 나를 사랑할 수 있다. 나의 장점과 단점 둘 다를 알아야 나를 아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빛과 그림자를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을 때 나를 진짜 사랑할 수 있다. 내가 언제 감동받고 감격스러운지, 언제 즐겁고 평화로운지, 그리고 내가 언제 불안하고 걱정하는지 나는 안다. 그렇게 나를 알고 내가 생각하는 나의 단점들을 인정하고 나면 나를 진심으로 바라볼 수 있고 내가 힘들 때 나를 안아줄 수 있다.
‘너가 이래서 힘들었구나.. 그래 안아줄게..’
나를 알아가는 것이 코칭하고 무슨 상관일까요?
KCA 코칭 역량 중 <2. 자기 인식> 에는 ‘코치는 자신의 말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내적 상태, 즉 생각, 감정, 욕구를 살펴서 알아차린다. 고객의 생각, 감정, 욕구에 관심을 두고 공감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코칭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코칭 과정 내내 중의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나온다. 또 ‘자신의 특성, 강약점, 가정과 전체, 관점을 평가하고 수용한다.’라고 나온다. 수용 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고 인정하고 흘러 보내야 하는 과정을 코칭 과정에서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나를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내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면서 고객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진정성 있게 대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를 낱낱이 알고 포용하는 마음은 코치가 고객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진정성 있게 대하게 되는 큰 밑거름이 된다.
오늘 내 안에 있는 많은 것들을 꺼내어 보자.
글을 열심히 쓰고 있는 ‘성실’ 이란 친구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행복해하는 ‘행복’ 이란 친구도,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짜증을 내고 있는 ‘삐닥’ 이란 친구도, 어딘가에서 불평을 쏟아내는 ‘솔직’ 이란 친구도 모두 꺼내어 이야기를 들어주자. 그렇게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나와 친해지기_분노 편 오늘 오후(2023. 04. 22)에 발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