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깊게 바라보기
처음 가본 공원을 돌 때는
길부터 먼저 익히게 된다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되돌아오는 길은 어디쯤인지, 풍경보다 방향이 먼저였다.
낯선 곳에서는 늘 그렇다.
혹시나 길을 잃을까 봐.
그래서 눈은 바쁘고 마음은 다소 긴장해 있다. 안전하게 한 바퀴를 마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게 한 번을 돌고 나면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달라진다.
이미 지나온 길이라는 안도감 때문일까.
그때부터는 길이 아니라 나무가 보이고,
벤치가 보이고,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의 결이 보인다.
처음에는 방향을 확인하느라 보지 못했던 것들이다.
인생도, 배움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처음 시작할 때 우리는 묻는다.
이게 맞는 길인지,
끝까지 갈 수 있는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지.
그러나 한 번 통과하고 나면
그 길 위에 서 있던 ‘나’를 돌아보게 된다.
조금은 불안했던 마음.
그래도 놓지 않았던 호기심.
멈추고 싶으면서도
어딘가에서 나를 밀어 올리던 작은 힘.
같은 공원을 두 번째 돌 때는
더 깊게 바라보게 된다
같은 길인데
보는 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삶이란
같은 공원을 반복해 도는 일인지도 모른다.
길은 같지만 도는 내가 달라져 있다.
처음의 나는 방향을 찾는 사람이었고,
지금의 나는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이 된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