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다다오가 자연을 해석한 방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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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의 '스미요시 나가야'에 감명받은 저는 또 다른 작품, '빛의 교회'를 발견했습니다.
종교건축은 현실적인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건축가의 철학을 담아내기 좋은 프로그램인데요.
우리가 흔히 보던 화려한 네온사인이 화려한 교회들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죠.
'빛의 교회' 역시 '스미요시 나가야'와 마찬가지로 매우 협소한 대지 위에 지어졌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단순한 형태의 건물을 설계할 수밖에 없었죠.
우리에게 익숙한 고딕 성당과도 확연히 다릅니다.
고딕 성당은 거대한 예산덕분에, 넓은 광장과 커다란 출입문를 자랑하죠.
하지만 '빛의 교회'는 입구부터 다릅니다.
안도는 교회의 출입구를 도로에서 보이지 않게 숨겨놓았습니다.
사람들은 회색의 긴 벽을 따라 교회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갑니다.
이 과정부터 종교적 심상은 시작됩니다.
협소한 대지라는 현실적 제약을, 단순하지만 탁월한 아이디어로 극복한거죠.
안도가 제안하는 길의 끝, 심플한 콘크리트 박스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곳은 예배당으로 활용되지만, 어떠한 종교적 장식도 없습니다.
보통 종교적 공간은 화려한 장식으로 방문자를 고양시키지만, '빛의 교회'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오직 단 하나의 성스러운 상징만이 존재합니다.
바로 빛의 십자가.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공간에서 태양빛으로 오롯이 빛나는 십자가를 마주하게 되는 것이죠.
빛의 십자가는, 안도가 판테온을 보고 떠올린 아이디어입니다.
로마의 신전이었던 판테온은 커다란 돔 한가운데가 뻥 뚫려있습니다.
8미터의 큰 구멍(오클루스)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움직임을 바라볼 수 있어요.
사람들은 이 빛을 보며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안도는 판테온의 모티브를 빛의 교회의 십자가에 적용했습니다.
빛이야말로 절대자를 상징하는 가장 순수한 존재라고 보았기 때문이죠.
빛은 어둠을 밝히고, 진리와 구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빛으로 만들어진 십자가는 아름다우면서도 종교적 성스러움을 극대화 합니다.
한편, 안도는 '빛의 교회'를 설계할 때 빛의 십자가에 유리를 넣지 말자고 주장했는데요.
아니 겨울엔 너무 추운데 저 유리 뺄 수 있을까요?
몇시간 동안 덜덜 떨면서 예배드리기는 어렵잖아요.
사실 안도의 의도가 이해되기는 합니다.
인공물인 유리를 거치고 들어오는 빛은 완전한 순수함이라 해석하고 싶지 않았겠죠.
안도는 실용적인 이유로 마지못해 유리를 넣었으나, 나중엔 꼭 빼겠다고 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곳을 이용하는 목사님은 절대 안빼겠다고 못박았죠.
안도 다다오의 작품은 우리나라에도 많은데요.
원주의 '뮤지엄 산'을 방문하면 빛의 십자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곳은 뮤지엄 산 10주년 기념으로 만든 명상관 '빛의 공간'입니다.
빛의 교회와는 달리 여기에는 유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빛의 공간'에서는 햇살과 비를 직접 받을 수 있죠.
안도는 드디어 한을 풀었을까요?
이것이 안도가 자연을 해석하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