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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는 십자가에 유리를 넣지 말자고 주장했는데, 아니 겨울에 추워 죽겠는데 유리를 뺄 수 있을까요?
비오는 날 자다가 화장실 가려면, 우산을 쓰고 계단을 내려와 화장실로 들어가야 되거든요?
그리고 여기 난방도 잘 안돼요. 이런 집에 살고 싶은가요?
저는 건축학과 1학년 시절, 두 작품을 만나며 건축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작품을 남긴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스미요시 나가야'와 '빛의 교회'가 그 주인공인데요.
먼저 스미요시 나가야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스미요시'는 오사카에 있는 지역명이고 '나가야'는 주택이라는 의미입니다.
'아즈마 하우스'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아즈마'라는 사람의 집이기 때문이죠.
이 집은 1976년 준공되어 무려 50년 가까이 된 건물입니다.
근데 일단 집이라기엔 말도 안되게 생겼죠?
창문도 없이 차가운 벽에 새까만 문만 있잖아요.
어쩌면 감옥도 이거보단 살만하다 생각할거예요.
이런 집이 만들어진 건, 건물을 지을 땅이 매우 좁고 깊었기 때문인데요.
땅의 폭은 3.6미터에 깊이가 14.4미터죠.
안도는 우선 이 땅에 좁고 긴 직육면체를 채워 넣는다고 상상했습니다.
그걸 길이 방향으로 1/3씩 나누고, 2개층으로 나누어 6개의 공간을 만들었죠.
그리고 6개의 공간 중 가운데 2개를 비워냈습니다.
비워낸 공간은 외부가 되고, 나머지 4개는 방입니다.
이게 이 건축물의 끝이예요!
너무 간단하죠. 좌우는 방, 가운데는 중정!
이웃 집들이 너무 가까이 붙어있어 바깥쪽으로 창을 내기 어렵고
바로 앞은 도로라, 만약 창을 내면 집 안이 훤히 들여다보일거예요.
대신 중앙에 정원을 만들어 4개의 방 모두에
햇빛과 바람 등 자연이 적극적으로 들어갈 수 있게 계획했죠.
도로에서 감옥같은 현관으로 들어가면 거실이 나옵니다.
거실에선 밝은 중정이 보입니다.
중정을 지나 더 들어가면 주방과 화장실이 있어요.
다시 중정으로 나와 2층으로 올라가면 침실이 있고
좁은 브릿지를 지나면 반대편에도 침실 하나가 있습니다.
어때요? 재밌죠?
그런데 살만한 공간 같아 보이나요?
여러분들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텐데요.
그 생각이 맞습니다.
방에서 다른 방으로 이동할 때 반드시 외부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죠.
비오는 날 자다가 화장실 가려면, 우산을 쓰고 신발을 신고 계단을 내려와 주방을 지나 화장실로 들어가야 하죠.
상업공간처럼 가끔, 잠깐 머무는 공간이라면 모르겠는데, 하루종일 머무는 집이 이래도 되는거예요?
하지만 놀랍게도 이 집을 의뢰한 건축주들은 50년 가까이 이 집에 살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이 집에 살고싶습니다.
저에게 집은,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드는 공간이라는 것이 더욱 중요하거든요.
다만 50년까지 살 자신은 없고, 최대 2년만 살아보고 싶습니다.
안도는 스미요시 나가야의 중정에 대해 이렇게 소망했습니다.
'이 공백이야말로 좁은 집안에 무한한 소우주를 만들어 줄 거라고 믿었다'
저는 안도의 작품을 보고 '건축'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단순히 예쁘고 효율적인 공간이 중요한게 아니라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의 행동, 더 나아가 삶을 제안하는 것'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