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인정학교란?
A: 무슨 일 하십니까?
B: 저는 선생님입니다.
자, 여기서 A가 할 법한 다음 질문은 무엇일까? 아마 '어떤 선생님이요?'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선생님'이라는 단어는 많은 경우에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교육기관의 선생님, 학원 선생님, 의사 선생님, 필라테스 선생님, 혹은 그냥 특별한 호칭이 없을 때에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나는 학력인정학교의 선생님이다. 학력인정학교는 뭐지? 학교는 당연히 학력이 인정되는 것 아닌가? 뭐가 다른가?라고 묻는다면 일반학교와 엄청 다른 점이 있다.
바로 학생들이 다 큰 성인이라는 것이다. 이 학교는 시간표에 따라 일과가 운영되고 각 과목별 교과 선생님들이 근무하며, 나이스(NEIS) 시스템을 통해 생활기록부가 작성되고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수학여행과 현장학습도 있다. 그런데 학생들이 모두 성인이다.
수업이 시작되면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아닌, 동네에서 스쳐 봤을 듯한 아주머니, 아저씨,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이 앉아계신다. 수학 선생님이 칠판에 수학 공식을 적으면 그분들은 노트를 꺼내 열심히 필기하시고, 영어 선생님이 단어를 읽으면 그분들은 단어를 따라 읽으신다.
'아버님', '어머님', 이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을 부르는 호칭이다. 도대체 이 학교는 어떻게 된 학교란 말인가?
우선 이러한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서글픈 과거 시대를 살펴보아야 한다. 혹시 '검정고무신'이라는 만화를 안다면 대강 그쯤을 떠올리는 게 좋을 것이다.
유년 시절 집안의 가난으로 진학하지 못했던, 여자라서 바로 취업전선에 들어서야 했던, 동생들을 위해 부모 노릇하느라 고등학교 대신 직장으로 나섰던... 대한민국의 수많은 한(恨)이 모여 이러한 학교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곳의 정식 명칭은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이다. 초등학교를 마치면 중학교를 가고, 중학교를 마치면 고등학교를 가는 것이 당연하게 여기는 지금이지만 어느 지점에서 그 당연한 것이 중단되었던, 그런 사람들이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배움의 끈을 다시 잇기 위해 이곳에 찾아온다.
나는 바로 이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