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증맞고도 설렜던 제주도의 추억이여
2주 전 친구와 함께 제주도를 다녀왔다.
길어지는 백수생활의 유일한 장점은 그래도 시간이 있다는 것. 준비하던 자격증 시험에 통과하여 약간 기분이 풀렸던 나는 해외에 다녀오자는 친구에게 제주도를 제안했고 대신 평소 원했던 로망을 실현시키고 오자는 합의에 이르게 된다...
친구 희망사항 : 다금바리 먹기
나의 희망사항 : 컨버터블 뚜껑열고 드라이브 하기
*2주나 지났는데 지금 기행문을 쓰는 이유는 약발 떨어질 때 쯤 써야 다시 그때 기억도 나고 좋을 것 같아서
Day 1
금요일 오전 대구공항에 도착했다. 살짝 쌀쌀한 기온이었지만 남들은 출근하는 금요일 오전에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가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주차를 할 곳이 없을까봐 좀 일찍 갔는데 하필 먼 곳에 주차 자리가 있길래 주차 위치는 멀대로 멀고 탑승 대기시간은 기다릴대로 기다림...
그러나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1시간 안쪽이면 창밖으로 망망한 제주 바다가 보이는 것을!
(비행기 출발이 지연돼서 서울에서 출발한 친구는 이미 제주공항에 지박령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날씨가 맑아서 다행스러웠다.
공항에 내리기가 무섭게 차를 렌트하고 바로 산방산이 보이는 남쪽까지 내려갔다. 정상적인 코스라면 보통은 제주 도착 첫날 이렇게 아래로 먼저 내려가지는 않겠지만 친구의 로망인 다금바리(사실 나도 먹어보고 싶긴 했음)를 예약한 곳이 저 근처였다.
억지이긴 하지만 실눈뜨고 보면 모뉴먼트밸리 느낌 살짝 나는 것 같다.(아주 살짝)
친구가 엄선한 횟집 앞의 전경을 파노라마로 찍었다.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 풍경이 선명하게 보여서 다행이었다.
광고를 할 수는 없으니 이 횟집의 이름은 비밀이지만(이후 모든 업체 동일) 식당 내부에 빌 클린턴 대통령과 반기문 총재의 방문 사진이 걸려있었다 ㄷㄷㄷ 그래서 더더욱 퀄리티가 기대되었는데...
살면서 처음 먹어본 다금바리의 느낌은 어떠하냐면
대중적으로 먹는 횟감 생선들의 담백함을 모두 포함함과 동시에 방어나 참치의 풍부함이 있고 가장 특이한 점은 뒷고기(생고기)에서 느껴질 법한 독특한 식감이 중간에 한 번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꼭 드셔보시길 바란다.
뿐만 아니라 밑반찬들도 어느 하나 거를 것이 없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으며(갈치김치 정말 맛있었다.) 마지막에 나온 지리탕은 그 자체로도 소주를 추가하기에 충분한 깊은 맛을 나타냈다. 아 지금도 침고이네
(매운탕, 지리탕 둘 중에 선택하는 옵션인데 친구가 지리탕을 추천했음)
아무튼 최종 소주 5병으로 무난하게 클리어
Day 2
다음날 일찍 일어나서 숙소 주변을 걸었다. 아침 햇살이 강렬했고 덕분에 풍경은 선명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한라산 위의 눈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화창했다. 그러나 풍경에 취할 새 없이 빨리 공항 근처로 다시 올라가야 했다.
배가 고팠기 때문에 밥은 먹어야 하니까!
(제주도 고수라면 이 식당이 어딘지 아실 것이다.)
역시 거를 것 없는 감동적인 맛의 향연이었다...
거사를 앞두고 이호테우의 명물 말등대를 보러 갔다. 바다를 아무리 보고 있어도 눈이 부시지 않았다.
아무튼 거사가 뭐냐면 내 로망이었던 컨버터블을 빌리는 것인데 3박4일 풀로 빌리면 비싸서 첫 24시간은 싼차를 빌린 것이었음 ㅎ.ㅎ
이날 나는 술을 마시지 않고서도 취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차는 4시리즈 컨버터블로 기본적인 시스템은 내차(3시리즈)랑 같았다.(연식 1년차이남) 다만 내 차에서는 할 수 없는 뚜따(뚜껑따기)가 가능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운전하는 대부분의 시간에 루프를 오픈했다. 너무 탐나는 차였음...
해변처럼 보이는 이것은 사실 스크린 아트인데 시각과 음향효과가 어우러져 감동이 있었다. 다만 파일만 바꾸면 온갖 컨셉으로 재생할 수 있어서 날먹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인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이것도 캔버스가 아니라 스크린이다. 근데 앉아서 멍때리고 있기엔 좋았다.
아무튼 남자 둘이서 딱히 할만한건 없어보이는 뮤지엄이라 저녁먹으러 나왔는데
사람들이 다들 차를 세워놓던 들판이 있길래 가보니 이렇게 노을이 장관이었다.
나는 노을을 보면 생각나는 영화 대사가 있는데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서 전종서가 "죽는건 무서우니까 나도 저 노을처럼 사라지고 싶다"던 대사가 자꾸 생각남...
그치만 노을은 다음날 새롭게 또 태어날 것이다.
BTS가 다녀갔다던 고등어김치찜 식당에 갔는데 너무 맛있었다.
나는 대체적으로 제주에서 물회는 입맛에 맞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느낀 점은 제주에서 김치 들어가는건 거를 것이 없는 듯
숙소에 그냥 드러눕기 싫어 동문시장에서 해산물을 좀 사왔다. 벌써 여행기간의 50%라니 시간 정말 빨랐다.
아! 혹시 남자 둘이서 제주도 가면 뭐하고 노는지 아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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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없습니다. 그냥 나솔 봅니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