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가 아니라 실제요
2026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나이를 먹어서 아쉽다는 메시지가 한 개쯤은 올 수도 있는데 나는 이것이 탐탁지 않은 사람이다. 내 생일은 6월이라서.
우리나라에는 세 개의 나이가 있다.
세는나이
태어나는 순간 1살이며 다음 해부터 1월 1일마다 +1살 (전국민 일괄)
만 나이
태어나는 순간 0살이며 정확히 1년 후 생일에 +1살 (개인별)
연 나이
태어나는 순간 0살이며 다음 해부터 1월 1일마다 +1살 (전국민 일괄)
나는 그냥 몇 살이라고 딱 정해진 숫자만 부르는데?라는 분이 계신다면 기회가 있을 때 처방약의 봉투를 한번 보시길 바란다. 혹여나 내 나이가 왜 줄어들었지?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그것이 당신의 진짜 나이이다.
세 가지 나이는 크게 둘로 구분된다. ①태어나는 순간의 나이, ②+1살이 되는 기점이다.
대부분 한국인에게 익숙한 나이는 세는나이인데 안타까운 점은 전 세계에서 한국만 사용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우선적인 문제는 왜 태어나는 순간 이미 1살을 가지고 있냐는 점인데, 태아가 엄마의 뱃속에 있는 기간을 합산한 것이라는 낭만적인 의견도 있으나 태아가 칼같이 1년을 버티다 출생하지는 않는데...? 만약 한두 달 정도 오차를 그냥 산입 시킨다 치자. 칠삭둥이는? 또 임신기간이 수년이 되는 대형 포유동물은 태어나자마자 뭐 2살 3살을 부여할 것인가? 분명 억지가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새해마다 전 국민이 동시에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다. 20xx 년의 1월 1일생도 12월 31일생도 20xx+1년 새해에 같이 나이를 한 살 추가하는 것인데 이건 불공정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전 세계에서 한국만 사용한다는 특성을 마치 장점처럼 한국의 문화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나이도 측정의 요소이므로 혼란을 야기하는 것은 최대한 통일해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한국에는 세는나이보다 훨씬 가치 있는 문화가 많다.
만 나이에서 만은 찰 만(滿)이라는 뜻으로 차갑다는 뜻이 아닌 채운다는 뜻이다.(인원이 가득찬 버스 = 만원버스)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1년을 채우면 나이도 1살 먹는 것이므로 태어나는 순간은 0살에서 시작한다. 모두에게 공정한 방법이자 진짜 자신의 나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엄밀히 말해 그냥 '나이'라고 하면 만 나이를 부르는 게 당연해야 한다.
세는나이와 만 나이의 오차는 최대 2살까지도 나는데, 나이 먹는 입장에서는 이것만 봐도 세는나이는 피하고 싶은 악습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생일에 각자 나이를 먹으면 같은 반 친구끼리 누구는 형이랑 동생이 되는 시기가 존재하는 거 아닌가? 그럼 친구가 안 되잖아?'
나이가 같아야 친구가 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계산하기 편한 나이가 바로 연(年) 나이다.
"올해는 몇 년생부터 주류를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라던가 "올해 초등학교 입학은 몇 년생입니다."등이 연 나이를 기준으로 일괄 적용하는 사례이다.
행정 편의적인 요소가 강한데 동년배를 규정하기에 가장 부합하는 개념이므로, 친구 영역으로 두기 편한 방식이라고 보면 되겠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만 나이 사용의 활성화를 도모하였고 이를 "윤석열 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정말 화끈거렸던 기억이었다. 그건 따로 명칭을 붙일 것이 아니라 그냥 진짜 우리 나이였을 뿐인데... 하필 윤 전 대통령은 역사에 남을 자살골로 퇴장당했으니 괜히 이걸로 진짜 우리의 나이까지 잊히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아기가 태어나고 시간이 흐르면 생후 몇 개월이라고 나눠 부르고, 개월 별로 해야 할 일들을 알차게 맞춰가며 키운다. 그렇게 개월 단위를 칼같이 나누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같은 날 나이를 먹으며 진짜 나이를 잊고 있다. 적어도 약봉투를 보며 "내 나이가 왜 이래?"라는 말을 꺼내는 사람은 없길 바랄 뿐이다.
Q. 같은 해인데 생일 기준으로 n살이라고 했다가 n+1살이라고 했다가 하면 번거로운거 아닌가요?
A. 그러면 xx년생이라고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