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정말 자주 쓰는 말입니다.

그리고 정말 하지 않는 행동이기도 하죠.

by LEMO

생각해 보면 '인정'(認定)이라는 단어를 정말 많이 쓰고 있다. 나의 의견을 피력한 후 "이거 인정?"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커뮤니티에서도 공감을 유도하고 싶은 경우 자주 사용되며, 줄여서 "ㅇㅈ?"이라고도 많이들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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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공감을 요구하기 마련이고 이것이 나아가면 유대감, 소속감, 문화적 울타리 등 안정감이 생긴다. 그 시작점이 타인에게 나의 의견에 대해서 공감이라는 인정을 받는 것이다.


즉, 제목에서 말하는 '이것'이란 '인정'이다.


그렇다면 친구와의 대화나 커뮤니티의 공감 글을 우리 삶에서 예능이라 치고, 업무나 제삼자가 관련된 대화 혹은 뉴스 등에서 접하는 소식을 다큐라고 치자. 이 순간 '인정'은 꽤나 급격하게 하지 않는 "행동"으로 보여지게 된다.


잘못을 해놓고도 오히려 목소리가 큰 사람, 사과 한 마디면 끝날 일을 굳이 키우는 사람, 완곡한 표현을 두고 굳이 날 선 말투로 싸움을 부르는 사람, 사과하면 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살면서 한 번쯤은 마주해 봤을 이러한 유형들은 결국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하는 행동을 '인정'하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다.


물론 세상에는 상상도 못 할 다양한 유형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있으니 모두를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는 해야 한다"라고 공감하는 것들... 그런 것들에 있어서는 자존심이나 이기고 진다는 개념 자체를 대입하는 것이 아니라 마땅하다라는 개념이 필요하지 않을까?


당연히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말귀를 알아먹지 못한 상대를 탓하고 싶고, 내가 실수하기까지의 과정 중 개입되었던 외부 요소를 뭐라도 하나 끌어오고 싶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100% 한쪽의 잘못이 아닌 경우도 꽤나 많을 테고... 물론 이런 부분을 해명의 과정에서 언급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그것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반대 입장에서는 사과를 받았다면 해명도 같이 들어주는 것이 예의)


"요즘 사과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라는 명제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분명 있을 텐데, 특이한 점은 사과하지 않는 것이 꼭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잘못인걸 아는데도 사과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


위에서 말했듯 '내가 잘못한 건 인정하는데 자존심 때문에 사과 안 할래'라는 몰상식한 사람도 있겠지만 의외로 다음과 같은 경우도 있다.


"사과를 하는 순간 상대방의 갑질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즉, 엎질러진 물을 수습하는 동안 상대방은 나를 잡아먹을 듯이 공격하고 '잘못은 잘못이지만 이렇게까지 욕먹어야 하나'는 억하심정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에 처음부터 고개를 숙이지 않겠다는 생각.


내가 살면서 새삼스럽게 느낀 것이 하나 있는데 요즘은 빌런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내가 초등학생 때는 뉴스에 특이한 사건사고가 나오면 며칠은 그 주제로 학교가 시끌시끌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온갖 사건사고와 빌런들이 쉴 새 없이 발생하니 자극에 무뎌진 느낌이다. 그리고 자극에 무뎌질수록 안타깝게도 인간의 기본적인 행실에 차츰 관대해지기 시작한다.


"나도 우리 집 귀한 자식이야"라는 말을 하려면 상대도 그 집의 귀한 자식임을 인정하는 것이 전제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한 권리를 우선시하고 자기 자존심을 지키느라 사회관계에서 최소한의 기대행동을 저버린다면 결국 이기심이 번지기만 할 뿐일 것이다.


학원 수업을 듣고 집에 들어오면 어린이집을 마치고 온 조카가 와있다. 혹시 영유아에게 숨바꼭질을 하자고 하면 어떻게 행동하는지 아시는 분? 유아들은 몸을 숨기지 않고 얼굴을 가린다. 내 조카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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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전조작기 자기 중심성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지 못하면 상대도 나를 보지 못한다'라고 생각하는 영유아기 경향이다. 객관화가 부족하기 때문에 세상을 자기중심으로 이해하는 것.


성인의 입장에서 보면 유치하지만 아이들의 행동이니까 그렇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성인이라고 꼭 다를까?


'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

'타인의 사과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


사회관계를 자기중심적으로 이용하는 성인들이 전조작기 영유아들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잘 인정하고 잘 너그러운 사람들이 많아지길 기대하며 잡념 마침.


*이 글은 사람 간의 수많은 갈등 상황을 모두 고려할 수 없기에 일반화되기 힘든 이야기는 맞습니다.(이전에 적은 내용들도 모두 포함해서) 그리고 명백하게 사과할 수 없거나 용서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존재할 수 있음을 압니다. 그러니 여기서 말하는 범위는 대부분 일상에 대한 것입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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