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밟는 것을좋아하는 사람들

by LEMO

*정치이야기 아님!


나는 운전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쭉 뻗은 도로를 달리며 풍경을 감상하는 것은 나의 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매번 기름을 써가며 운전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지도를 구경하는 것이 취미일 정도이다.


도심을 뚫고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면 그 자체로도 설렘이 가득한데, 심지어는 그냥 그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목적지 없이 가장 가까운 휴게소까지만 드라이브한 적도 있었다. ㄷㄷㄷ




고속도로를 통행하다 보면 꼭 마주치는 사례가 있는데 바로 1차로에서 지속주행하는 차량들이다.


*용어 정리 1

차선 : 차로와 차로를 구분하기 위한 선

차로 : 통행을 하기 위하여 차선으로 구분된 차도의 부분

**즉, 1차선이라는 표현 말고 1차로라고 해야 합니다.


*용어 정리 2

정속주행 : 일정한 속도로 주행하는 것

지속주행 : 계속 주행하는 것

**즉, 정속주행은 50km/h든 150km/h든 계속 같은 속도로만 주행하는 것입니다.


추월 : 선행 차량을 앞질러 가는 것

(반드시 좌측을 통해서 앞질러야 하고 이후에는 우측으로 복귀해야 한다. 가장 좌측에서 지속주행하면 더 빠른 후행차량이 추월할 좌측이 없으므로)



고속도로에는 지정차로라는 개념이 있어서 차량의 원활한 통행을 유도한다. 극단적으로 설명하자면 모든 차로에 차량이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으면 아무도 추월할 수 없기에 차로별로 속도를 구분하여 통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도로의 사용은 우측 차로부터인데, 이는 결국 좌측 차로로 갈수록 속도가 빠른 차량이 이용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좌측 차로는 지속주행 도로가 아니라 임시로 추월할 때만 사용하고 비워둬야 하는 차로이다.


사진에서 보듯 편도 4차로의 고속도로 통행방법은


추월하는 차량(속도가 가장 빨라야 함) > 승용차량(버스나 화물차보다 빠름) > 버스, 화물차


순서로 배치되어 있다. 이 경우 버스나 화물차는 전용차로가 아닌 이상 2차로로 들어가는 순간 위법이 되는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추월차로에 대한 내용이다. 유독 고속도로를 주행하면 1차로(추월차로)에서 계속 주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차로통행방법에 의하면 추월할 때에만 사용하라고 되어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1차로를 점유하며 속도는 그다지 내지 않는 차량과 그것이 속 터지는 좀 밟는(?) 차량의 갈등은 심심찮게 목격되는 부분이며 그들은 서로를 과속하는 놈, 도로 흐름을 막는 놈이라 비난하고 있다.


심지어는 대시보드에 캠을 설치하고 1차로 지속주행 차량을 녹화하여 신고하는 유튜버까지 있으니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님은 맞다고 보인다.


경찰이 상주하고 있어서 위반행위를 바로 캐치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러면 과속차량과 1차로 지속주행 차량을 만약 블랙박스 영상을 제출하여 신고하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지속주행은 인정이 되고 과속은 인정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판단하는 방식 때문인데 1차로 사용은 '시간'을 보고 과속은 '측정기구로 초과한 속도'를 보기 때문이다.


추월 이후에도 충분한 시간 동안 2차로로 복귀하지 않았다면 명백한 차로통행방법 위반이 된다.


하지만 내가 100km/h로 주행 중인데 옆 차로에서 쌩 하고 과속하는 차량을 신고해도 이는 경찰의 속도측정장비로 단속한 것이 아닌 데다 정확한 속도를 알 수 없으므로(고지서에는 정확한 속도가 표기되어야 하고 초과속도가 얼마인지에 따라 부과되는 금액도 다름) '나보다 빨랐을 뿐 고지서를 발송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내가 편하자고 차로변경이 적은 1차로에서 지속주행하여 도로 흐름에 지장을 주는 행위나 사고가 나면 큰 피해가 생기는 과속 모두 문제가 있는 행위는 맞다. 그러나 서로의 민폐를 내가 정의의 사도가 되어 굳이 나서게 된다면 리스크가 더 큰 쪽은 지속주행 운전자라는 것이다.


또 다른 요소도 있는데, '소명가능여부'이다. 만약 제한속도 100km/h인 도로에서 시속 200을 밟고 달렸다고 치자. 분명히 다른 운전자들은 "미친 x"이라 할 것이고 과속단속장비에 찍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달린 이유가 만약 내 아이가 아파서라거나 아내의 출산이 급하게 시작된 것이라면?

이런 경우 병원진료기록 등을 첨부하여 단속 결과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주정차위반 고지서를 예로 사용하였지만 이 외에도 개인의 부득이한 사유를 제도적으로 참작해주고 있다.


하지만 제한속도를 준수하면서도 굳이 1차로를 지속적으로 주행하여야만 하는 '긴박한 경우'는 사실상 없다. 소명을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참고로 추월차로의 기능은 정체가 없을 때만 활성화된다. 통행량이 많아서 80km/h이상으로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에서는 1차로에서 지속주행을 해도 상관이 없으니 이런 상황까지 꼬투리를 잡지는 말자.


2년 전 친한 동료의 지인으로 함께 만난 독일인이 있었다.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궁금해져서 독일에서는 정말 퇴근길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300씩 밟냐고 물었는데(독일의 고속도로는 제한속도가 없음) 사실이라고 하셨고, 사고가 나면 어떡하냐는 질문에 "왼쪽 추월 규칙만 지키면 괜찮아"라고 답변하셨다.


마음껏 밟을 수 있는 속도보다 규칙이 지켜지는 사회라는 것이 부러웠다.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고 그것이 모여 길 위에서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시스템. 그것은 간단하게도 그저 규칙을 지키는 것일 뿐이었다.


"우리나라는 제한속도가 있는데 무슨 독일 이야기를 하고 있냐"고 생각한다면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한속도를 지켜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독일과 같은 것도 있다.

"추월은 왼쪽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요일 연재
이전 07화이것은 정말 자주 쓰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