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사연에 제출했지만 당선되지 못했던 일화
대학생 시절 친구(이하 A)의 이야기이다.
하계 방학을 맞이하여 늘어지는 시간을 가졌던 A는 그 전날과 마찬가지로 통상적인 점심시간도 지난 시간에 눈을 떴다고 한다. 기상 시간은 늦었지만 배꼽시계는 정상 작동하였던 관계로 그는 슈퍼컴퓨터 뺨치는 두뇌 가동으로 '짬뽕'이라는 점심메뉴를 신속하게 도출하기에 이른다.
터덜터덜 슬리퍼를 신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짬뽕집에 간 A는 아무 자리에 앉고 짬뽕 한 그릇을 시키려다 무슨 자신감인지 무려 고기짬뽕을 시켜버렸다. 대단한 녀석이었다... 몰골은 그냥 백수였을텐데...
점심시간대가 지나서인지 식당 내부는 한산하였고 A의 대각 방향에는 초등학생 정도의 남자아이와 아이의 보호자로 보이는 여성이 있었다. 처음에는 의식하지 않으려 했으나 문제는 그 아이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식당을 돌아다녔다는 것인데,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보호자도 아닌 제삼자가 아이를 나무라는 광경은 요즘 정서에 썩 맞지는 않다. 쉽게 말해서 A는 신경을 안 썼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이의 보호자는 A가 신경 쓰였는지 엉겁결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OO아! 너 자꾸 돌아다니면 (A를 보며)저 삼촌이 이놈 한다!"
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순간 눈이 마주친 A에게 머쓱한 눈웃음과 어색하게 올라간 광대, 과하지 않게 숙이는 고개 등으로 자신의 발언에 동의와 양해를 구하는 제스처를 보냈고, 어쩔 수 없이 A는 그 초면의 아이에게
"꼬마야, 엄마 말씀 들어야지?"
라고 동조했다고 한다. 참으로 환상의 팀워크가 아닐 수 없다.
잠시 후 등장한 고기짬뽕을 목전에 두고 A는 역시 나는 프리미엄 짬뽕을 먹을 자격이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름도 모르는 한 아이의 버릇없는 행동을 교정했다는 뿌듯함. 당연히 고기짬뽕의 자격이 있고말고.
이윽고 A는 더욱 과감한 행동을 하기에 이르렀다.
무려 공깃밥을 추가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것은 늘어진 방학을 맞이한 대학생에게는 너무나 큰 출혈이 예상되는 소비였다. 그러나 지금 A를 말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장님, 공깃밥 하나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위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짬뽕집의 문이 열리더니 갑자기 시끌벅적하기 시작했다.
동네 불량배의 포스를 발산하는 고등학생 네 명이 들어온 것이다.
그들의 대화에는 정서 발달을 저해하기 다분한 수준의 단어가 수시로 발산되고 있었으며, 담배냄새가 스멀스멀 넘어오고 있었다. A는 물론 아까의 모자에게도 영향이 충분히 갈 정도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불량학생과의 4:1 매치는 성사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일 터...
친구는 그저 남은 짬뽕 국물과 방금 주문한 공깃밥을 하이브리드하여 위장의 남은 공간을 채우고자 할 뿐이었을 것이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친구에게 교정을 받았던 그 아이가 엄마에게 이렇게 말한 것이다.
"엄마! (불량학생들을 보며)저 형아들도 (A를 보며)저 삼촌이 이놈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순간 4인의 불량학생들은 모두 A를 쳐다보았고, A가 아이의 엄마를 바라보았을 때 그녀는 더 이상 A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큰맘 먹고 추가한 공깃밥은 결국 먹지 못하고 급하게 계산 후 도망치듯 빠져나온 A가 나에게 그 일화를 전달한 것이 이 내용이다...
참으로 황당하긴 한데 그 와중에 궁금한 것이 생겨 A에게 물었다.
"근데 추가한 공깃밥은 어차피 안 먹었으니, 계산 안 한 거 아니냐?"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 꽤 오래 여운을 남겼다.
"말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