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에 쓰기에는 짧아서...
잊고 지낸 기억이 어떠한 계기로 인해 다시 상기된 적이 있는가?
살다 보면 한 번쯤은 발현되는 현상이다.
내가 겪었던 미확인 생명체 목격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한다.
내 고향 대구의 대곡지구라고 불리는 곳에 아직도 농지로 남아있는 구역이 있다.
시골이나 도시 외곽에서 볼 법한 넓은 논밭 뒤로 완만한 산이 펼쳐진 곳인데, 내 기억으로는 6살쯤? 부모님이 그 밭에서 계모임을 하셨다. 큰 천막을 치고 어른들이 모여서 음식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흥겨운 시간을 가지셨는데, 나는 당연히 재미가 없었고 빨리 집에 가고 싶을 뿐이었다.
혼자 터덜터덜 걷다가 문득 밭 먼 곳에 시선이 향하였는데 분명히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온몸이 녹색으로 은은하게 빛이 나는 형체가 걸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이상하다고 느껴졌던 이유는 단순히 상하의를 녹색으로 깔맞춤 한 옷을 입어서가 아니었는데, 머리 부분마저 녹색이었으며 몸이 약하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존재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고 그것은 성인 걸음의 속도로 너무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게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바로 아버지에게 가서 신기한 게 있다고 말했으나 어른들이 쳐놓은 천막은 산 쪽이 막혀있어서 밖으로 나와야 그것을 불 수 있었고, 열심히 화투(...)를 치시던 부모님은 나와보지 않으셨다.(차라리 이상한 사람이 있다고 했으면 나오셨을 텐데)
내가 천막 밖으로 다시 나갔을 때도 그 존재는 있었다. 다만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왼쪽의 굽이길로 서서히 들어갔기 때문이다.
난 그날 이후로 그 존재가 뭐였을까를 계속 고민하였으나 혼자서 답을 내릴 수는 없었고 점차 기억에서 잊혀지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내가 서른 초반이 되었을 때
나는 김천에서 기간제교사를 하게 되었고 타지 생활을 하며 적적한 마음을 드라이브로 달래고자 퇴근 후 가끔 정처 없이 이곳저곳을 다녔다. 한 번은 김천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나오는 거창이라는 곳에 갔는데 자그마한 동네의 정취를 느끼다 보니 어느덧 해가 기울었다.
다시 김천으로 돌아가기 위해 왔던 길을 되돌아가던 나는 새로운 풍경이 보고 싶어 갈림길에서 우회도로로 빠졌고, 인근 고개인 우두령이라는 이름을 딴 지방도로를 따라 차를 몰았다.
그 길은 좀 특이했는데, 지도상에는 도로 번호가 부여된 운행 가능 도로처럼 보였으나 포장도 되어있지 않았고 차량 두대가 교차할 폭도 없는 좁은 길이었다. 도로 위에는 꽤 굵은 나뭇가지, 큰 돌멩이들도 있어서 속도를 내기 힘들었으며, 해는 이미 져서 시야도 좁은 상태에 만에 하나 도로 끝이 막혀있기라도 한다면 돌아갈 방법조차 없었다.
시속 10km를 남짓하며 가는 동안 왜 이 길로 왔을까 후회를 하다가 결국 차를 멈춰 세우게 되었는데, 언덕에서 역방향으로 쓰러진 나무가 도로를 1/4 가량 막고 있어서 스치지 않고 가기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왼쪽에는 가드레일, 오른쪽은 나무, 노면은 포장되지 않은 울퉁불퉁한 길... 스스로를 자책하며 스트레스가 쌓이는 상황에 무언가 눈에 들어왔다.
룸미러에 비친 차량의 후방, 브레이크 등으로 인한 붉은 빛 사이에서 은은한 녹색 빛이 보였던 것이다.
말하자면 이런 상황, 차량 뒤쪽은 적당한 코너가 있었고 그 코너의 너머에서 은은한 녹색 빛이 나왔던 것. 그리고 '사람 키 정도의 빛'이었다.
사방은 어두웠고 시골 간선 이면도로에서 녹색 빛이 뿜어질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바로 그 순간 나는 6살 때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던 것이다.
'그 존재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난 건가?'
심장이 쿵쿵거리며 왠지 모를 두려움이 생겼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곧바로 브레이크에 있던 발을 떼고 차량의 우측이 잎사귀에 쓸리는 느낌을 그대로 느끼며 차를 출발시켰다. 룸미러를 볼 용기는 없었다. 혹시나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게 될지도 몰랐기 때문에...
그 불편한 길을 몇 분을 더 달리니 큰 도로와 합류하는 지점이 나왔다. 간간이 지나가는 다른 차들이 보이자 안심이 되었고, 자취방에 도착하자마자 블랙박스에서 sd카드를 뽑아 노트북에서 열었다. 하지만 성능이 구린 블랙박스에다 배경이 너무 어두워서인지 브레이크등이 붉은색이 아닌 회색처럼 나왔고 미스터리한 녹색의 빛은 식별이 불가하였다.
과연 내 인생에서 두 번 목격한 그 녹색 빛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아마 이 답을 당장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또 모른다. 언제 어디서 '그 존재'가 나를 다시 찾아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