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데이즈, 2023>
히라야마는 매일 같은 시간 이웃집 할머니가 집 앞을 빗자루질하는 시간에 일어나 수염을 다듬고, 식물에 물을 주고,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신 뒤 청소 도구를 실은 차를 타고 일터로 향한다.
그의 직업은 공공화장실의 청소부이다. 하지만 그는 보통 청소부가 아니라 아주 프로페셔널한 청소부이다. 그 이유는 직접 청소 도구를 제작할 정도로 효율적이고 완벽하게 청소를 하고, 사람이 화장실에 들어오면 그들이 불편하지 않게 스무스하게 자리를 피해 문 앞에 서서 대기한다. 마치 개인 사업장인 것처럼, 화장실에 사장님이 있다면 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 영화는 그의 조용한 루틴을 따라 아주 천천히 흘러간다.
그런 단조로운 삶 속에서도, 무뚝뚝한 그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소소한 순간들이 있다. 가령 일을 마친 뒤 찾는 단골 목욕탕에서의 힐링 타임, 단골 음식점 사장님의 “수고하셨습니다!”라는 기운찬 인사, 선술집 사장님과 손님들의 실없는 농담들, 그리고 손을 흔드는 작은 아이와 흔들리는 나뭇잎 같은 풍경까지도. 그는 그 순간들을 조용히 바라보며 마음속 어딘가에 고이 담아둔다.
그런 그의 고요한 나날들은 갑작스레 나타나는 인물들로 인해 흔들리기도 한다. 일도 대충하고 돈도 빌려 놓고 갚지 않는 직장 동료, 나무 흉내를 내는 노숙자 할아버지, 오랜만에 조우한 조카와 여동생까지. 히라야마는 자신의 루틴을 지키면서도, 삶에 들어온 사람들을 피하지 않고 그만의 방식으로 조용히 맞이한다.
작고 단정한 집에서, 60대의 나이에 홀로 사는 히라야마에게는 숨겨진 과거가 있다. 그 과거는 기사와 함께 찾아온 부유한 여동생과의 짧은 대화를 통해 유추할 수밖에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는 이 소박한 삶을 선택했다는 것.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청소부는 사회적으로 선망하는 직업은 아니다. 그건 히라야마의 손을 잡은 아이의 엄마가 그 손을 물티슈로 닦는 장면에서 은근히 드러난다.
하지만 히라야마는 변기와 세면대를 꼼꼼히 닦고, 주변 쓰레기를 말끔하게 치운다. 울상을 지으며 억지로 일하는 동료와는 다르다. 그는 정말 전문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어디에서나 흔치 않다. 늘 퇴사를 입에 달고, 일을 대충하며 전혀 발전하지 않는 회사원과 비교했을 때, 누가 과연 완벽한 나날을 보낸다고 할 수 있을까.
그는 지나간 과거와, 또 현재 본인이 선택한 지금의 삶, 그리고 관계 속에서 느끼는 슬픔과 기쁨을 안고서 또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히라야마처럼 단단하게 오래 살아온 사람조차 예측할 수 없는 사건과 사람들 앞에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나에게 위안이 되었다. 루틴하고 안전한 삶 속에서 살아가더라도, 사건은 언제든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에 흔들리기도 하지만, 결국 나만의 완벽한 나날을 위하여 다시 마음을 다잡고 살아갈 수 있을 거라 믿게 만드니까.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도 또 새로운 깨달음이 주어질 수 있다면 그 또한 감사한 일이 아닐까?
나역시 나만의 완벽한 나날들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초라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건 내가 선택한 진짜 삶이니까.